2024 파리올림픽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1·임실군청)가 “영화를 제대로 시작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격을 알리는 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예지는 27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인기를 실감을 잘 못했었다”며 “이제 바깥 활동을 할 때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그럴 때 실감을 한다”고 말했다.

2024파리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 /JTBC 캡처

김예지는 이날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검은색 셔츠에 남색 재킷을 걸친 채 방송에 임했다.

김예지는 총을 들고 대회에 임할 때는 냉정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암살자’ 같은 면모를 보였다. 반대로 인터뷰 등 일상에서는 활짝 웃거나 농담을 하는 등 ‘반전매력’을 뽐내 인기를 얻었다.

이에 대해 김예지는 “총을 잡은 김예지는 일하는 김예지고, 총을 내려놓은 김예지는 그냥 일상적인 저”라고 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 ‘영화배우 같다’ ‘킬러 같다’ ‘암살자 같다’ 등의 반응이 나온 것과 관련해선 “저는 사실 늘 그렇게 총을 쏴왔기 때문에 (그렇게 멋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총을 쏜다’는 것밖에 안 느껴지는데 멋있다고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예지는 딸아이를 품에 안은 뒤 사격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무명 기간에는 사실 욕심이 없었다”며 “그냥 재능만 있었던 선수여서 그렇게 큰 고득점을 쏘지 못했고, 그냥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쐈던 것 같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 김예지가 지난 20일 오후 봉황기 전국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국제사격장에서 언론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아이를 낳으면서 책임감이 커졌다”라며 “25m를 제대로 배우고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기록이 잘 나오기 시작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하면 25m 대표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조금 더 했더니 대표가 됐고, ‘조금 더 하면 올림픽 나갈 수 있겠다’ 했더니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예지는 최근 배우 캐스팅 플랫폼 ‘플필’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출연 얘기가 오가는 영화 등은 없다고 했다.

김예지는 ‘하고 싶은 역할, 만나보고 싶은 감독·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하게 된다면 제 이름에 사격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사격을 좀 더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며 “단지 그뿐이지 영화를 아직 제대로 시작하겠다고 생각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서는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금메달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이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격이) 워낙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저희는 인기 종목 선수들이 누리는 걸 많이 받지 못했다”라며 “그래서 저는 사격이 인기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예지의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영상에 달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의 댓글. /엑스(X) 캡처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서는 “저를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의 그 사랑에 제가 보답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해서 응원할 맛 나는 그런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앞으로 사격 사랑 많이 해 달라”고 했다.

앞서 김예지는 지난 20일 전남 나주의 전라남도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드라마나 영화 출연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제의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연기도) 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사격 선수가 이런 것도 하네?’라며 사격에 좀 더 관심을 줄 수 있겠단 생각에 결정했다”며 “예능은 물론 게임, 식품 회사, 미국 기업도 광고가 들어온 걸로 안다. 훈련과 경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촬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운동만으로 기록을 내고 사격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격 같은 비인기종목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반짝 인기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 이름은 잊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 활동을 하면 사람들에게 ‘사격 선수’라는 게 계속 인식돼 사격을 대중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