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은 1317만명 중 514만명(39%) 비만 판정
영업시간 제한에 헬스장 가기 빠듯...홈트 용품 59% 증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활동을 자제하면서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교습소 등을 꺼려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레이닝족(族)’이 증가했고, 비만클리닉 등에도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일러스트=김형석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과체중 인구도 증가한 상황이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해 건강검진 자료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은 1317만명 중 514만명(39%)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전년대비 과체중 인구 증가율은 2019년(0.11%포인트)의 6배인 0.66%포인트로 상승했다.

홀로 지내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1인 가구는 코로나 이후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인 최일우(28)씨는 "원룸에 조리기구가 없어 외식을 자주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로 외출을 줄이면서 일주일에 5~6번은 배달을 시켜 먹는다"면서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다 보니 평소 먹는 양의 두배는 먹게 된다"고 말했다.

비만 고민에 지방흡입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비만클리닉·지방흡입 의료기관 365mc에 따르면 지난해 수술 건수는 2019년보다 11%, 같은 기간 상담 건수는 6% 정도 늘어났다. 임준용 365mc병원장은 "재택근무로 전환되고 외부활동이 줄면서 갑자기 살이 찌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오하운’을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게시물.

갑자기 찐 살을 빼기 위해 운동으로 탈출구를 찾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운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오늘 하루 운동’을 줄여 부르는 ‘오하운’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소셜미디어(SNS)에 운동을 마친 뒤 인증샷을 남긴 ‘#오하운’ 해시태그는 3만4000개에 이른다.

취업준비생 이수정(27)씨는 "계절이 바뀌면서 옷을 정리했는데 작년에 입던 바지가 안 맞아 급하게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유튜브를 켜놓고 매트 위에서 동작을 따라한 뒤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오늘 숙제를 마쳤다’는 뿌듯함 때문에 운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학원을 방문해도 공용 샤워실이나 사우나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집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직장인 정태진(30)씨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퇴근 후 헬스장을 가기 빠듯한데, 운동이 끝나도 코로나 걱정에 씻을 수도 없어 집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어 살이 한 달 만에 3kg 가량 쪄서 홈트로 턱걸이 운동을 꾸준히 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젊은층의 운동에 대한 관심은 소비로도 이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JAJU)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홈트레이닝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늘었다. 20·30대의 구매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운동을 즐기며 자기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은 코로나 이후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성취가 부족해지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면서 "직접 만나 소통을 할 수 없으니 SNS에 운동하는 본인을 인증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보는 사람도 운동하고 싶도록 상호 자극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