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최근 한 구호단체가 빈곤 청년을 위해 실시한 식비 지원 사업 모집 경쟁률이다. 총150명을 선정하는데 1600명이 몰렸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취업난으로 경쟁률이 예년보다 다섯 배 이상 올랐다. 평소였다면 취업 시장에서나 볼 법한 숫자가 이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빈곤을 대변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플러스(+)’로 돌아서자,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며 떠들석하게 자화자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작년 동월보다 31만4000명 늘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민간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홍 부총리의 고용개선 평가는 공허하다. 늘어난 일자리 다수가 정부 재정에 기댄 노인일자리나 단기간 아르바이트(알바)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에서는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시간별로도 주당 17시간 미만 근무 일자리만 대폭 늘어났다. 민간의 경기회복이 아닌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공공일자리로 고용지표를 그럴듯하게 분칠하는 꼴이다. MZ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진짜 일자리’는 여전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청년층 취업은 여전히 혹한이다. 지난달 취업준비자 수는 84만4000명으로 지난해 3월의 81만 3000명에서 3만1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3년 이래 동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특히 취업 적령기인 25~29세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늘었고, 실업률 역시 전년 동월 8.5%에서 9.2%로 0.7%포인트(P) 증가했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 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음’을 택한 인구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3년10개월째 증가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정부 고용정책은 ‘공공일자리’가 "알파요 오메가"다. 청년 취업난엔 귀와 눈을 막고 있으면서 노인일자리 늘리기에만 목을 매고 있다. 이같은 세대 차별 정책이 인구분포에 따른 세대별 정치적 파워를 고려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도 나온다.

청년실업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가 노인 일자리 늘리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MZ세대들은 인구구조에서 찾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정부나 정치권이 득표력이 떨어지는 청년층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인구 통계를 보면 선거가능 인구 중 29세 이하는 1995년 29.1%에서 2020년 22.7%로 6%P 이상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은 12.9%에서 21.7%로 무려 9%P 가까이 상승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4·7보궐선거의 여당 패배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MZ세대는 무조건 ‘진보성향’을 지지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청년층에 대한 ‘통념’을 부수고 있다. 여당 표밭으로 여겨졌던 2030이 대거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은 기성세대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득표력만 보고 인구 비중이 높은 노인층 위주의 공공일자리만 양산한 댓가가 MZ세대의 여당 응징 투표로 돌아온 것이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고 힘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공정하지 않는 게임의 룰은 바꿔야 한다는 MZ세대의 가치관이 잘 발현된 선거 결과라 할 수 있다.

국가의 미래는 결국 청년층에 달려있다. 사회 진입층인 청년층 취업이 막히는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도 장기적인 상흔을 남기는 일이다. 특정 세대가 정상적인 사회활동에서 장기간 괴리된다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정부가 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 연장이나 집권층 득표를 위한 결정만 내린다면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정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