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국내 상륙 첫 달 안드로이드 유저 42만명 기록
업계 "韓 이용자 iOS가 2배인데 단편적인 통계"
스포티파이 "장거리 마라톤으로 접근하겠다"

지난 2월 국내에 상륙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초반 성적표를 두고 평가가 분분하다. 시장조사 업체에서 낸 통계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혹평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 "왜곡된 추정치다"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왔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스포티파이가 이용자 수 42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 중 7등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 이용자 3868만명 가운데 6만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스포티파이가 국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 때부터 음원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1등 멜론(510만명)과 비교했을 때 한참 못 미친 데다 성장세로 봐도 지난해 2월 122만명에서 올해 2월 261만명으로 두 배 넘게 성장한 유튜브뮤직보다 아쉽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첫 달에 42만명이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8위 벅스(37만명)을 앞지른 데다 5위 네이버 바이브(87만명), 6위 카카오뮤직(46만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처음 한 달 성적을 두고 "잘했다", "못했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서 낸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안드로이드 이용자 수 2월 통계.

시장조사 업체에서 낸 통계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단순히 안드로이드만 합산한 수치로 줄 세우는 것이 무리라는 말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스포티파이 이용자 수는 애플 iOS가 안드로이드의 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iOS 비중이 훨씬 큰 서비스를 안드로이드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파이 국내 성과를 둘러싼 통계치는 제각각이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스포티파이 국내 이용자 수는 안드로이드와 iOS를 합쳐 28만6000명인 것으로 나타난다. 양대 운영체제(OS)를 더해서 낸 통계인데도 안드로이드만 집계한 와이즈앱의 발표치 42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또 OS별로 따지면 국내 스포티파이의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가 18만8000명, iOS 사용자 수는 9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스포티파이 이용자 수는 iOS가 안드로이드의 두 배"라는 업계 이야기와 정반대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표본만 가지고 값을 내다보니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다"며 "다만 조사방식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추세마저도 반영 못 하는 것은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스포티파이는 7000만곡 이상의 트랙,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2000년대 초 사양길을 걷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되살린 1등 공신이기도 하다. 한 곡 한 곡 직접 사서 듣는 방식이 아니라 ‘음악을 빌려 듣는다’는 개념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 음원 시장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창업 이후 지난해까지 스포티파이가 지급한 저작권료만 총 230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른다.

스포티파이의 최고 경쟁력은 개인의 음악 취향을 귀신같이 파악해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를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티스트, 창작자와 팬을 연결해주는 오디오북과 팟캐스트도 주력 사업이다. 스포티파이는 "이제 음악 서비스 회사가 아닌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회사다"라는 점을 피력한다.

국내에서는 출시 이후 음원 확보와 타 플랫폼 대비 비싼 이용료 때문에 고전을 치르기도 했다. 음원 문제는 지난달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 카카오 측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며 해결됐다. 가격 문제는 국내 경쟁 플랫폼처럼 과도한 프로모션을 하기보다는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며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이 스포티파이의 진면목을 알아주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국내 서비스 런칭 50일 기념 인터뷰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는 한국 청취자에게 최상의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고 전례 없는 규모로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라며 "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라 생각한다. 단계별로 정교하게 접근해 나가면서 한국 음원 생태계의 동반성장에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