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 한국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로부터 닷새 뒤인 4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행사에 참석해,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1996년),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1998년)에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표준이 될 세 번째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2년이 흐른 지금 소비자는 속도는 물론, 수시로 끊기는 5G에 분노한다. 촉각 수준의 동시반응 속도로 자동차 자율주행, 로봇·드론 제어 등의 '실시간'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원격진료를 통해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던 5G의 청사진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조선비즈는 총 3편에 걸쳐 '5G 상용화 2년' 현황을 점검해보고, 전문가 진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와이파이가 아닌 데이터 네트워크를 쓸 경우 오른쪽 캡처처럼 5G가 수시로 LTE로 바뀐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1년여째 사용 중인 김대식(가명·36)씨는 증권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기 전 네트워크 방식을 ‘4세대 이동통신(LTE) 모드’로 전환한다. 5G 우선모드로 들어가면 앱 첫 화면에서 멈춰 버벅거리기 때문이다.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내비게이션을 켤 때도 앱 첫 화면 멈춤 현상은 다반사로 나타난다.

김씨는 "통신사에 문의하니 상담원이 LTE 모드로 놓고 쓸 것을 권유해 황당했다"라면서 "5G가 빠르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바꾸고 9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까지 썼지만, 최근 데이터 제한이 있는 5만원대 요금제로 바꿨다"고 했다.

5G 가입자 수 1300만명(올해 1월 말 기준) 시대를 맞아 5G가 생활 속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동통신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5G 서비스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19년 4월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등 통신 3사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5G 상용화 축하 행사’에서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할 수 있는 기기는 10배로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넓고,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다"라고 했다.

당시 업계가 공언했던 5G 속도는 20Gbps(기가비피에스, 1Gbps=1000Mbps)였다. 최대 1Gbps 속도를 내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런 속도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이용해 5G가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속도다"라며 "현재 통신 3사가 전국망을 깔고 있는 3.5㎓ 대역으로는 3~4Gbps가 최선이며, 이마저도 실험실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5G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통신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Mbps로 통신 3사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이론적 수치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해 4분기 집계한 한국 5G 다운로드 속도 평균치는 이보다도 절반쯤 낮은 354Mbps였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처음부터 3.5㎓ 대역의 5G 서비스 상용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 대역에서의 최고 속도를 고려해 LTE보다 3~4배 빠르다고 선전했으면 됐다"라면서 "28㎓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데도 2년 전 ‘20배 빠른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마케팅으로 활용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5G가 형편없다’는 현 소비자 인식을 만든 만큼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TE가 ‘빠름의 대명사’처럼 쓰였던 만큼 LTE보다 2배만 빠르다고 했어도 이 정도 역풍이 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통신사가 구축한 5G 기지국 구축률은 LTE와 비교해 평균 13.5%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2020년 8월 말, 과기정통부). 통신사는 내년 말까지 3.5㎓ 대역의 전국망을 구축해야 한다. 애초 통신사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5G를 구현할 28㎓ 대역은 전파도달거리가 짧은 주파수 특성상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한해 기업이 쓸 수 있는 용도(B2B)로만 선별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다중이용시설(핫스팟) 일부에서만 체험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근 5G 소비자들은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가 5G 상품을 팔면서 해당 가격(고가 요금제)에 준하는 서비스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게 도화선이 됐다.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네이버 카페 ‘5G 피해자모임’ 등을 통해 현재까지 집단소송 의사를 밝히는 소비자는 1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고 측은 통신망 구축을 2022년 말까지 유예해준 정부도 이런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부추겼다고 보고 소송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그래픽=김란희<iframe width="640" height="360" src="https://www.youtube.com/embed/In0bgOxh9qE"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