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같은 산림지를 비롯해 위스키, 황무지 등에 투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 상승 우려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 상품이 아닌 색다른 상품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최근 투자 트렌드에 부합한 상품도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러스트=양진경

올해 주목해야 할 대체투자 수단으로는 위스키가 꼽혔다. 지난 몇 년간 95년산 스카치위스키는 병당 최소 100만달러(한화 약 11억3000만원)에서 200만달러(약 22억6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부동산 회사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 수요가 늘면서 지난 10년간 장기 숙성된 위스키 가치는 5배 이상 올랐다.

상당수 투자자는 유리병이 아닌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 배럴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키는 와인과 달리 병으로 옮겨 담는 순간부터 더는 숙성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서다. 위스키의 배럴당 가격은 11만달러(약 1244만원)에서 70만달러(약 7억8000만원) 수준이다. 배럴에서는 대략 230병이 나온다.

음악 저작권을 소유한 기업이나 펀드에 간접 투자하거나, 저작권 거래소에서 직접 저작권을 사고파는 경우도 늘었다.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같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재생되는 음악이 입소문을 타 히트곡이 될 경우 막대한 저작권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예술품, 와인, 보석, 클래식 카 등은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을 위해 선택하는 대표적인 대체투자 자산"이라며 "소유하고 수집하고자 하는 본능을 충족시켜 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시장 변동성 영향을 덜 받는 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이틀 연속 시행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면서 황무지 투자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 단순히 땅을 매입해 보존하는 게 인기였다면, 요새는 척박한 땅을 경작해 아예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관심은 사유지, 도시 인프라, 농장부지 등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 윌리스타워스왓슨의 폴 자야싱하 부동산 리서치 부문 대표는 "많은 투자자가 부동산 내 ESG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국민연금이 영국 산림지 투자 전문운용사인 스태포드 캐피탈의 9번째 산림지 전문 펀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스태포드 캐피탈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산림지 전문 운용사로 17년간 산림지 투자를 해왔다. 자산운용규모는 3조원 정도로, 이번 국민연금 투자 규모는 약 1600억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체투자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항공기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다시피 해외에서는 부동산 외에도 숲, 지적재산권 등 대체투자 종류가 매우 많다"며 "투자 문화나 시장 자체가 지금보다 더 성숙해지면 외국처럼 색다른 자산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지는 ESG를 강조하는 투자 트렌드에 부합할 뿐 아니라 목재, 광물 등 자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투자 방법은 국민연금처럼 펀드를 통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산림지를 소유하거나, 산림에서 나는 자원을 활용하는 업체로 구성된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 밖에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전문회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산림지를 새 투자처로 정했다"며 "산림지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국민연금 투자 철학에 부합하고, 지속가능성 투자 관점에서도 매력적이라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