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입주자협의회나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이의신청에 나서야 한다며 집단 행동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과천푸르지오써밋 전경.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의 과천푸르지오써밋은 전용면적 59㎡의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면서 1층을 제외한 전체 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경기도 성남 판교밸리 전용면적 84.98㎡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5억8900만원에서 올해 8억4100만원으로 40% 넘게 올랐다. 경기도 수원 광교중흥S클래스 84.93㎡의 공시가격도 지난해 7억9000만원에서 올해 11억2700만원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23.96% 올랐다. 서울 공통주택의 공시가격 상승율(19.91%)보다 높다. 다가구 주택 등 공시가격이 낮은 주택과 합산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40%대 수준인곳도 많았던 셈이다.

경기도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이렇게 오른 것은 경기도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이 금지된 영향으로 기존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지난해부터 경기도 아파트를 포함한 중저가 아파트는 대출 가능선인 9억원, 15억원에 맞추는 형식으로 급등했다. 시세가 오른 만큼 공시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집값이 올라서 공시가격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당장 공시가격 이의신청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협의회나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이의신청을 독려해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기도 시흥시 A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집값이 오른 만큼 월 소득이 오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유세를 높이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이대로 그냥 내면 다음 해에 더 오른다. 올해 어떻게든 낮출 수 있도록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도 과천의 B아파트 소유자 커뮤니티에서는 "공시가격이 1년새 1억5000만원이 올랐는데 이렇게들 태평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쉽고 간단하다"면서 이의신청 요령을 안내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수원의 C아파트 소유주들이 모여있는 오픈채팅방에서는 "인근 아파트와 공시가격을 비교해 불합리한 점이 없는 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각종 사례를 취합해 논리적으로 이의신청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4월 5일까지 의견서를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 온라인 제출하거나 시·군·구청, 한국부동산원에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면 된다.국토교통부는 이를 감안해 공시가격 최종안을 마련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29일 결정 공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수용되는 경우는 그동안 많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만7410건의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들어왔지만, 이중 890여건(2.4%)만이 의견을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이의신청 등을 소극적인 조세저항 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강화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은 이해 하지만, 급격하게 공시가격을 올리면 결국 그만큼 갑자기 증세를 하는 셈"이라면서 "이의신청 등 소극적인 조세저항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 뜻하는 바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속도조절에 실패한 것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는 집의 가격이 올라도 그 세금은 소득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빨리 늘지 않는 이상 자산가격 상승을 세금에 반영할 때는 속도를 조절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작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다. 국민소득이 평균적으로 줄었다는 얘기인데,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이 1년새 63%나 늘었다. 집값을 폭발적으로 상승시켰으면 현실화율을 조정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