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吉利·Geely)가 5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전기차 회사로 전환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저장지리홀딩그룹 자회사 지리테크놀로지그룹은 중국 동남부 장시성 간저우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장 설립에 300억 위안(약 5조22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42기가와트시(Gwh)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리오토 하오웨 SUV.

앞서 지난해 12월 지리테크놀로지그룹은 간저우시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패러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하는 합작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 합작사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대부분 지리 계열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지리가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배터리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리수푸(왼쪽) 저장지리홀딩그룹 회장과 리옌훙 바이두 회장.

지리는 전기차 회사로 빠른 변신을 시도 중이다. 올해 1월 기술·제조 전문 기업들과의 전기차 분야 협력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리는 중국 인터넷 검색 엔진 1위 바이두와 전기차 제조 합작사를 세운다고 1월 11일 밝혔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인공지능 기술과 지리의 제조력을 합치는 결합이다. 지리의 전기차 플랫폼(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을 이용해 전기차를 만들 것이라고 지리는 밝혔다. 이 합작사는 바이두의 독립 자회사가 되며, 지리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이 회사의 소수 지분을 보유한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2020년 9월 공개한 전기차 플랫폼 SEA( 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 이미지.

이어 1월 13일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전자기기 제조사 폭스콘과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지리와 폭스콘이 지분을 반반 갖는 이 합작사는 다른 회사의 주문을 받아 전기차를 대신 만든다. 1월 19일엔 지리오토그룹이 중국 인터넷 기술 기업 텐센트와 자동차 제조 디지털화·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협력을 발표했다.

중국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지리의 전기차 전환 행보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지리는 중국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다. 저장지리홀딩그룹은 2020년 자회사 세 곳(지리오토그룹, 스웨덴 볼보카그룹, 지리신에너지상용차그룹)의 연간 차량 총 판매량이 21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리오토·링크앤코·프로톤·로터스 등 브랜드를 포함한 지리오토그룹이 132만 대, 볼보가 66만 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중 전기차 포함 신에너지차량 판매량은 전체의 5%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