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14%, 한주 만에 20% 가까이 급락
中 칭산그룹, 자국 배터리 소재 업체와 계약
"니켈 매트 제련해 배터리용 니켈 10만톤 생산"
업계 반응 제각각...판도 흔들 것 vs 제한적

지난 2월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무르만스크 소재 비철금속 생산기업인 노르니켈의 제조 시설이 탄소배출 문제 관련 당국의 제재로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돼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니켈 가격이 지난주 톤당 1만6145달러까지 떨어졌다.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폭등 속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니켈값이 약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 스테인리스 기업인 칭산그룹(Tsingshan Holding Group)의 대규모 니켈 공급 계약과 신기술 활용 소식이 가격 급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3월물은 톤당 1만614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일부터 이틀 간 14% 급락한 수치로, 2011년 9월 이후 최대 주간 손실을 기록했다. 한주 전 장중 톤당 2만110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0% 가량 떨어진 셈이다. 같은 날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 니켈값은 한 때 톤당 12만190위안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2월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12만1750위안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전기차 붐으로 '귀하신 몸'이 된 니켈 가격이 급락한 데는 중국발 공급확대 예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칭산그룹은 최근 자국 배터리 소재 업체인 화유코발트, CNGR어드밴스드머티리얼과 니켈 매트(matte·HS 7501)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칭산은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기지에서 니켈을 제련한 뒤 올해 10월부터 1년 안에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매트 10만톤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켈 매트는 니켈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중간 생산물이다. 순도가 높지 않아 배터리 원료로는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리스강이나 페로니켈, 니켈선철(NPI) 등의 합급재료로만 쓰인다. 니켈 원광은 황화광과 산화광(라테라이트)으로 나뉘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채굴되는 니켈은 원광 순도가 낮은 산화광이다. 기존에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가공되는 것은 황화광이며, 대부분 캐나다와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그러나 칭산그룹은 신기술을 활용해 니켈 매트를 '배터리용 니켈'로 가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광산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최근 개발된 고압산침출법(High Pressure Acid Leaching)을 사용해 산화광 원광 중 일부인 갈철석(limonite)을 전기차 배터리로 가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칭산이 14년 전 NPI를 스테인리스 생산에 이용하는 방식을 선보여 업계를 주도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그 전례를 이룩하려 한다"고 했다.

다만 중국의 시도가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칭산이 배터리용 니켈 수요의 일부만 공급하게 되더라도 수급 경쟁이 완화돼 장기적으로 니켈 투자 시장을 뒤엎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기술적 한계와 시장의 제한적 선택에 발목 잡힐 거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니켈 매트에 추가 공정을 거쳐 배터리용 니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미 다수 기업들이 실패를 겪을 만큼 기술적으로 까다로워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니켈 매트와 NPI 등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수익성이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술이 실현되더라도 테슬라 등 주요 기업이 니켈매트를 원료로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전세계 배터리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거라고도 전망했다. 로이터는 칭산이 채택한 건식제련 방식은 기존 습식제련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최대 4배 높다는 점에서 중국산 배터리는 자국 내 수요로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