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를 이을 차기 32호 신약으로 대웅제약, 한미약품이 개발한 의약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후보 ‘펙수프라잔’, 한미약품(128940)호중구 감소증 신약 후보 ‘롤론티스’가 각각 임상 3상을 완료,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31호 신약의 주인공은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 18일 식약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레이저티닙)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

렉라자는 유한양행(000100)의 대표적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결실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지난 2015년 오스코텍 신약개발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해 물질을 최적화하고 공정 개발한 후, 전임상과 임상단계를 거쳤다. 3세대 돌연변이형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총액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하고 공동개발 중인 신약물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앞뒀다.

32호 신약에 이름을 올릴 유력 후보군으로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펙수프라잔이 꼽힌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9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약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펙수프라잔은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 제제로, 위식도역류질환에 쓰이던 PPI계열 기존 치료제보다 신속한 증상개선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이 신약 후보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브라질 1위 제약사 이엠에스(EMS)와 약 860억원 규모로 펙수프라잔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롤론티스.

한미약품의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도 차기 신약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5월 롤론티스의 국내 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이 허가신청이 예정된 절차대로 심사될 경우, 롤론티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2년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라이선스 아웃한 바이오신약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약효와 투약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이 플랫폼 기술로 구현된 펩타이드 구조 자체의 신규성, 기존 약물 대비 적은 용량으로도 투여 횟수를 줄인 기술의 진보성을 토대로 식약처에 바이오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롤론티스는 국내 허가와, 미국 FDA 허가 절차를 동시에 밟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미국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고, 스펙트럼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임상 3상을 끝내고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다만 이 신약 후보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FDA 허가가 무기한 연기됐다.

국산 신약 공백을 채운 렉라자를 시작으로 올해 신약 가뭄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정부도 국산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국가신약개발사업에 향후 10년간 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가신약개발 사업은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신약 창출과 국산 신약개발을 목표로 관계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연구개발 역량을 총결집해 추진한다. 향후 10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향배를 결정할 정부 핵심 사업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새 국내 신약 개발 경쟁력이 강화됐다"면서 "그럼에도 아직까지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 탄생까진 갈 길이 멀다. 국가에서도 제약바이오 업계가 혁신 신약 개발에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인허가 및 임상 세제 지원 등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