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쟁세력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앤트그룹의 상장을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앤트그룹은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으로, 지난해 말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던 상장이 불발된 후 전부문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각) 현직 관리 등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앤트그룹 상장 수주일 전에 실시한 비공개 조사에서 그룹의 소유구조를 들여다본 뒤 상장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앤트그룹의 소유구조가 시 주석의 경계대상 1위로 꼽히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 세력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무기한 연기가 아닌 완전한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래 지난 8년간 정적들을 제거하며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따라서 앤트그룹 상장을 통한 타 파벌의 부상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장 전 주석의 측근들은 현 정권의 반(反)부패 운동으로 대부분 축출된 뒤에도 막후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앤트그룹 소유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장 전 주석의 손자가 설립한 사모펀드 ‘보유 캐피털’이다. 장즈청은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과 같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2012년 야후가 갖고 있던 알리바바그룹 지분의 절반을 사들인 적도 있다. 앤트그룹과는 2016년부터 초기 투자자로 연을 맺었다.

자칭린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앤트그룹에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다. 자 전 상무위원은 장 전 주석의 후원에 힘입어 중국의 실세로 들어선 상하이 출신의 인사들, 즉 상하이방을 이끄는 인물이다. WSJ는 그의 사위 리보탄도 자신이 경영하는 ‘베이징 자오드 투자그룹’을 통해 앤트그룹의 주주로 있다고 전했다.

물론 상장 중단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앤트그룹이 대출 등 위험은 국가에 떠넘기고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여기에 마윈이 금융당국까지 공개 비판하자 지도부는 ‘괘씸죄’를 적용해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명하고,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관행까지 손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마윈이 앤트그룹을 키우기 위해 무리하다가 넘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전략적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장 절차를 앞당긴 건 영리한 처사였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목을 끌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 ‘모비우스VC’의 창립자인 게리 리스켈은 "마윈은 정치에 요령이 있는 편이지만, 그가 주주들을 모두 부자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