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비 확산에 커진 '선물하기' 시장, 3조5000억 추정
명품도 선물하기 서비스…"선물용 구매는 가격 저항감 적어"

직장인 김현아씨는 설을 맞아 가족과 친지 등 5명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절에도 주변 사람들을 챙기기 어려워 선물하기로 작은 선물을 보냈다"며 "주소를 몰라도 간편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종종 이용한다"고 했다.

그래픽=이민경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물하기 시장규모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선물하기 서비스의 원조인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출범 10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이 약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카카오(035720)에 따르면, 지난해 선물하기 매출은 전년 대비 52% 신장했다. 작년 12월 기준 선물하기 이용자 수는 2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선물하기의 장점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면 쉽게 선물 구매해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 일상이 보편화하면서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거나,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21 구정 지출 비용 및 선물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절선물 전달방식으로 '비대면'을 택한 응답자는 74%에 달했다.

이번 설을 앞두고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선물하기 수요가 급증했다. 11번가에선 1월 20일~2월 2일 선물하기 서비스 판매량이 지난해 서비스 출시 직후(9월 16~29일)보다 10배가량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해 비대면 추석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선물 문화에 익숙해 졌다"고 분석했다.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지난달 21~31일 선물하기 매출이 직전 열흘 매출보다 75% 증가했다. 노트북, 태블릿, 데스크톱 등 PC 품목의 주문량이 가장 많았고, 주방가전, 청소기, 생활가전이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069960)이 운영하는 ‘더현대닷컴 선물서비스’의 1월 이용객도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에스아이빌리지의 선물하기 서비스.

중장년층의 이용도 늘고 있다. 카카오가 1월 20일부터 2주간 선물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대 구매액이 전년(2020년 1월 2일~15일) 대비 104% 증가했고, 같은 기간 60대 구매액은 111% 늘었다. 작년 추석에도 50대와 60대의 구매액이 각각 115%, 122% 증가했다.

명품, 가전 등의 제품도 선물하기로 거래된다. 패션 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운영하는 선물하기 서비스의 1월 주문량과 매출은 전월 대비 각각 44%, 20% 늘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바이레도, 딥티크 등 고급 향수, 에르노 패딩과 뱅앤올룹슨 등 고가 의류와 가전이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는 김환기, 데이비드 걸스타인 등의 미술 작품도 선물하기로 판매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선물하기 서비스에 명품 선물 테마관을 신설하고 샤넬(화장품), 에스티로더, 티파니, 스와로브스키,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100여개 명품 브랜드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애플이 공식 입점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9일 실적발표에서 "선물하기는 이용자의 폭넓은 취향을 커버할 수 있는 명품,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객단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명품 업체들도 타 이커머스와 달리 할인 부담이 적은 선물하기 서비스를 선호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선물하기 고객들은 가격보다 브랜드의 품격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전할 수 있어 명품 판매 플랫폼으로 제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