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량용 헤드램프 시장 공략 본격화
LG, 2018년 세계 5위 헤드램프 업체 인수
전장사업 분야 대결 확대… LG가 우위
"삼성, M&A로 전장사업 확대할 듯"

ZKW 직원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LG전자와의 전장사업 대결 분야도 확대할 전망이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전장사업을 확대해왔던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인수·합병(M&A)으로 추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 1월 ‘SAMSUNG PixCell LED’ 상표권을 등록했다. 사업 분야는 차량용 헤드램프와 LED 위치센서 등이다.

차량용 헤드램프는 전장사업에 있어 주요 분야로 꼽힌다. 기존 자동차에 탑재되는 고휘도가스방전(HID)램프 등과 비교해 전력 소모가 적어 완성차 업체들의 적용이 느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상표권 등록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차량용 헤드램프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LG전자와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당시 세계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 5위 기업인 ZKW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차량용 헤드램프 시장에 뛰어들었다. ZKW는 고휘도 LED 주간주행 램프, 레이저 헤드램프와 같은 차세대 광원을 탑재한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에도 헤드램프를 공급할 만큼 시장에서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세대 먹거리로 ‘전장사업’을 낙점하며 점차 경쟁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로선 좀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나선 LG전자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LG전자는 과거부터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끊임없이 진행해왔고,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 신설 후 하만 인수 외에는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두 회사가 전장사업에서 가는 길이 갈릴 수는 있겠지만 LG가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LG전자는 2013년 당시 VS(전장)사업본부를 설립했다. 이후 ZKW를 인수하고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조인트벤처(JV)를 올해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장사업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램프, 소프트웨어 등 3대 주력 사업을 완성했다.

LG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상당하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물론, LG하우시스는 자동차용 내장재, LG이노텍은 차량용 LED,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를 제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안전’과 직결하는 만큼 업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하만의 디지털콕핏 2021. 전면에 49인치 Q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난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후 2016년 80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하만과 협업으로 디지털 콕핏을 내놓는 등 차량용 전장부품 제품 개발을 이어오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최근 M&A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LG전자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전장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16조2000억원에 달한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 정구민 교수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후 하만을 인수하고 나서 전장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전장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M&A를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