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삼성에 인수 이후 첫 실적 감소
삼성 인수 이전 실적 회복 갈 길 멀어
수익성 개선 숙제…영업권 상각 지속

삼성전자·하만이 공동개발한 디지털 콕핏 2021.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를 마친 이후 4년째 군살 빼기를 진행 중이다. 외형은 인수 이전과 비교해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좀처럼 수익성은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얹은 ‘웃돈’의 지출도 부담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매출 9조18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9%, 영업이익은 81.25% 감소했다.

하만의 실적 감소는 상반기부터 예고됐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900억원, 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으로, 상반기 누적 기준 적자를 낸 유일한 사업부문이었다. 지난해 1분기 유럽 내 공장 이전 관련 비용과 2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업황이 악화했다.

그나마 3, 4분기 세계 자동차 업황 개선과 글로벌 오디오 매장들의 셧다운 등이 풀리면서 영업이익이 각각 1500억원, 1800억원을 기록했다. 애초 상반기 적자 규모가 컸던 탓에 흑자를 내지 못할 거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일단 ‘최악’은 면하게 됐다.

하만은 삼성전자로 인수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하게 됐다. 2017년 매출 7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매출 10조8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대에서 3%대로 올라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로 인수되기 이전 수준은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하만은 매출 약 72억달러(약 8조원), 영업이익 6억1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기록했었다. 영업이익률은 8%대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와 동시에 10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함께 편입한 후 40개 이상의 회사를 합병하거나 청산하며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주 내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법인을 청산했고, 올해도 디지털 믹싱 시스템 기업인 ‘스튜더’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오디오와 자동차 전장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력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만이 좀처럼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영업권’ 상각 지속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당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하만을 품었다. 총 80억달러(약 9조원) 규모를 지급했는데, 당시 순자산 공정가치 규모는 4조8238억원으로 4조5000억원가량은 영업권으로 인식했다. 영업권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도 불린다. 당시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하만에 2조원대 웃돈을 얹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며 당시 세계 최대 전장회사라는 점을 예상보다 더 높게 샀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하만 인수 이후 2분기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분기 동안 인수 관련 비용이 들어가 하만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 총 15억달러 이상이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영업권 상각에 대한 부문은 지속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액과 시기에 대해서는 대외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