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 통합하면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국제선 노선이 3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발(發) 로스앤젤레스(LA), 뉴욕, 프놈펜행 등 일부 노선은 점유율이 100%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의 국제선 가운데 양사가 통합했을 때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이 32개(22.4%)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을 점유할 경우 독과점 심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지난 1월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국토부 자료를 살펴보면, 통합 후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는 노선의 상당수는 중국과 일본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운항하는 노선이다.

가령 김포-일본 오사카 노선의 점유율은 대한항공 34%, 아시아나항공 34%, LCC와 외항사 32%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점유율은 68%로 상승한다. 인천-중국 북경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23%, 아시아나항공 28%, LCC와 외항사 49%로, 통합 후 점유율은 51%로 높아진다.

미주와 유럽 노선도 해당된다.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46%, 아시아나항공 23%, 외항사 32%다. 통합 후 점유율이 69%다. 인천-영국 런던히드로 노선은 대한항공 34%, 아시아나항공 32%, 외항사 34%다. 이 노선 역시 두 항공사 통합 후 점유율이 66%로 높아진다.

특히 인천발 ▲LA ▲뉴욕 ▲시카고 ▲바르셀로나 ▲시드니 ▲팔라우 ▲프놈펜행 등 7개 노선은 양사를 합친 점유율이 100%였고, 인천발 ▲호놀룰루 ▲로마 ▲푸켓 ▲델리행은 75%를 넘었다.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 중 상당수가 장거리 알짜 노선이란 게 박상혁 의원의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노선별로 독과점 우려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두 항공사 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는 전체 노선 점유율이 아닌 국내외 각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소비자가 가격이나 기타 편의성을 이유로 중국 베이징 또는 미국 뉴욕으로 행선지를 변경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국내 LCC들이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대형 기종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주 노선의 경우 양국 항공사가 원하는 도시 어느 곳이나 취항할 수 있는 ‘오픈스카이’ 체제"라며 "외항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취항할 수 있는 구조"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 우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여객 슬롯 점유율을 기준으로 보면 인천국제공항 기준 38.5%이기 때문에 독과점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