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중개사의 중개 독점권을 보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인데, 기존 부동산 플랫폼에서 기승을 부린 허위 매물과 시세 교란 등의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오즈의 집'.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부동산 매물을 입력하면 공인중개사가 물건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오즈의 집'은 이용자가 원하는 집 크기나 예산, 지역, 이사 날짜, 대출 여부 등 조건을 입력하면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공인중개사가 물건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미리 제시한 조건에 맞춰 중개사가 공동중개망에 올리지 않은 채 가지고 있는 개별 매물을 꺼내도록 하는 효과는 물론 비교적 허위매물 발생이 적은 게 장점이다.

업체에 따르면 오즈의 집에서 활동하는 누적 공인중개사 숫자는 1500명을 돌파했다. 이용자가 매물을 요청한 ‘접수 건수’는 4만3000건,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제안한 '매물제안 건수'는 7만8000건을 넘겼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 오피스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롭테크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리판’은 기관투자자와 공인중개사 간 온라인 부동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의 크고 작은 상가부터 빌딩, 주택, 호텔 등에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 인공지능으로 최적화된 물건을 찾고 매입 시에는 클릭만 하면 자동 계약이 이뤄진다.

리판 역시 중개사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거래 방식을 택했다. 제일 먼저 물건을 올린 공인중개사가 리판 플랫폼 내에서 해당 물건에 대한 온·오프라인 독점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기술은 공인중개사들이 수수료 전액을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근거가 돼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민근 전 위워크코리아 대표가 론칭한 ‘동네'는 자회사로 직영 중개법인을 두고 있는 부동산 플랫폼이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동산과는 파트너 관계를 맺고 동네 소속 중개 인력은 고객이 원하는 조건의 부동산을 매칭해주는 컨설팅 역할에 주력한다.

또 동네는 중개사를 위한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와 부동산 매매·임대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개사들이 직접 플랫폼에 참여하니 ‘라이브 영상 대리투어'와 같은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동네는 지난해 말 스타트업 시드투자로는 드물게 5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중개 독점권을 활용한 프롭테크 플랫폼의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이나 직방, 다방 등 기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의 경우 여러 중개사들이 매물을 공유하다 보니 수익을 공동 분배해야 한다. 계약이 성사돼도 즉시 정보망에 반영하기가 어려워 의도치 않게 허위매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개 독점권을 활용하면 이같은 문제가 상당수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프롭테크 플랫폼들이 중개 독점권 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이용자나 중개사 모두가 혜택을 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그간 심심찮게 발생했던 일부 중개사들에 의한 정보 독점이나 은밀한 거래 등으로 인한 시장 교란 등 문제가 줄고, 자연스레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시장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