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1세대 데스크톱·노트북용 프로세서… 성능 높였지만, 미세공정에선 뒤쳐져
AMD,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20% 돌파… 물량 수급 문제로 TSMC에 발주 늘려
인텔과 헤어지고 자체 칩 넣은 애플, 향후 적용 제품 늘려갈 계획

새해 PC용 두뇌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노트북과 데스크톱용 차세대 프로세서(CPU)를 연달아 내놓는 가운데, 처음으로 점유율 20%를 넘긴 AMD 역시 7나노 미세공정이 적용된 새 CPU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처음으로 자사 제품에서 인텔 칩셋을 뺀 애플은 자체개발한 M1 칩을 맥북 등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인텔 노트북용 11세대 프로세서 타이거레이크.

인텔은 오는 11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쇼인 CES 2021에서 11세대 데스크톱 CPU(중앙처리장치) 로켓레이크S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이프러스 코브라는 신형 마이크로 아키텍처가 적용돼 이전 10세대와 비교해 IPC(클럭 사이클 당 명령어 처리 횟수)가 크게 개선됐고, 빠른 작동 속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텍처는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기록한 일종의 설계도다. IPC는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며, IPC 속도가 빠를 수록 높은 프레임율과 낮은 지연 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AMD에 점유율을 서서히 빼앗기고 있는 인텔로서는 11세대 로켓레이크S의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로켓레이크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서가 나올 예정인 연말까지 고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노트북용 프로세서도 11세대 타이거레이크로 변경했다. 이전 10세대 제품에 비해 작동속도, 반응성, 전력효율 등이 개선됐다는 게 인텔 설명이다. 또 11세대부터는 인텔의 내장 그래픽 카드인 아이리스 Xe 그래픽스를 채용, 경쟁사의 내장 그래픽이나 엔트리급 외장 GPU보다 높은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프로세서의 약점은 11세대 프로세서들에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을 적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로켓레이크S는 14나노, 타이거레이크는 10나노 공정이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線幅)이 미세할 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는 성능이나 전력효율에서 높은 장점을 지닌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AMD 캠퍼스 전경.

그 사이 AMD는 인텔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7나노 공정을 도입한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인텔을 위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 노트북 CPU는 지난해 3분기 20.2% 점유율로, 2분기 80.1%였던 인텔을 70%대(79.8%)로 내려앉게 했다. 데스크톱 CPU 점유율은 20.1%를 기록, 인텔(79.9%)를 추격했다. AMD가 노트북과 데스크톱 CPU 시장에서 나란히 점유율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큐리리서치 측은 "2007년 이후 최고의 점유율"이라고 분석했다.

AMD는 올해 개발 코드명 세잔(Cezane)으로 알려진 고성능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ES 2021에 첫 소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올 상반기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들이 대거 선보여질 예정이다.

다만 AMD는 칩 수급이 문제다. 팹리스(Fabless·공장이 없는) 반도체 업체인 AMD는 칩 전량을 TSMC에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하는데, 지난해 수요 예측 실패로 공급에 애를 먹었다. 생산량이 정해진 가운데,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XSX)용 칩을 많이 배정한 탓이다. PC용 CPU, GPU 생산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AMD는 TSMC 측에 올해 발주 물량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될 경우 AMD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차세대 맥북에 자체개발 M1 칩을 얹어 인텔과 결별했다. 계속해서 적용 대상 제품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M1은 SoC(System on Chip·단일 칩 체제)로, CPU는 ARM의 ‘빅.리틀’ 기술을 채용했다.

M1 칩은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경우 기존의 인텔 칩을 얹은 맥북에 비해 앞서는 성능, 전력효율, 배터리 사용 시간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만든 첫번째 PC 프로세서 ‘M1’이 탑재된 맥 3종을 공개했다.

애플의 자체 개발 칩의 등장은 인텔과 AMD가 주도해 온 x86 아키텍처에 기반한 기존의 CPU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8%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8.7%로 늘어날 전망이다. 맥북 출하량도 전년대비 10% 이상 성장,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신형 애플 실리콘 M1 프로세서는 구형 맥북에서 발견된 인텔 x86 CPU를 대체하면서 전력 소비량을 크게 낮춰 맥북의 배터리 수명을 늘렸다"며 "자체 M1칩을 탑재한 맥북 시리즈의 가격은 기존과 같고, M1 프로세서는 다양한 기능이 맥OS 빅서(Big Sur)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돼 애플 생태계의 여러 제품 간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애플은 13.3인치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에 M1칩을 장착하고 있고, 올해 14인치·16인치 맥북 프로에 M1을 탑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