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효과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는 자가 보유와 민간임대시장의 장점을 재확인하는 연구가 여럿 나와 주목된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중산층도 임대주택에 안정적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사다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공공임대의 선진 사례로 드는 독일에서도 자가 보유율과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격인 분데스방크는 최근 낮은 자가(自家) 보유 비율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독일의 자가 보유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스위스(40%)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 보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61%지만, 지역을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54%에 그친다.

‘독일의 주택 소유 비율이 낮은 원인(2020)’ 연구보고서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독일 정부가 임대차에는 세제 혜택을 주고 주택담보대출은 규제한 결과 주택 매수 수요가 줄면서 자가 보유율도 낮아졌고, 이는 자산불평등 문제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0월 발표한 ‘자산 불평등에서 주택의 역할’ 보고서에서 "주택 보유여부에 따라 총 자산의 불평등도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 분데스방크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자리한 프랑크푸르트 금융지구 전경.

분데스방크는 또 공공임대주택만으로는 모든 무주택자의 주거 수요를 충당할 수 없는만큼, 상환능력에 따라 자가 보유를 지원하는 금융 정책과 주택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저소득층은 정부의 보조를 받는 공공임대주택, 중산층 이상은 자가에 거주하면 임대 수요가 줄어 민간 임대차시장까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예측도 했다.

다주택 보유를 노후 대비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국제주택정책저널 2020년 20호에 실린 ‘유럽의 다주택자: 자산 기반 복지 전략과 균형’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는 다주택과 연금제도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이 어려울수록, 그리고 자영업자 등 퇴직금 같은 사적연금제도에 빗겨난 계층일수록 본인이 거주용 외에도 주택을 추가로 보유해 임대소득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가계금융과 소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EU 회원국 중 20개 국가의 다주택자 비율과 민간임대시장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비춰보면 한국의 다주택자 역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 충분치 않은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화된 정부 규제에 따라 빌라나 오피스텔 등도 모두 양도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중과 대상이 되면서 노년층의 생활 환경이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주택 보유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국가도 여럿이다. 면적이나 인구밀도 면에서 서울과 비교되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의 자가 보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초대 총리 리콴유가 "중산층이 미래이고, 자가 소유는 국민을 행복하고 부유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영국 역시 1980년대부터 주택 정책의 기조를 공공임대 대신 ‘집 살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한 결과, 자가 보유율이 65%까지 상승해 서유럽 국가 중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북유럽 국가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20%대라고 하지만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10% 미만이고, 그 역시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차원이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면서 "정부 재원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공급하는 것보다 민간 임대차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분양을 늘리는 쪽이 더 빠르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