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매출 대비 R&D 8.6%… 21% 기록 글로벌 제약사 절반에도 못미쳐
연구인력 비중 2년 연속 뒷걸음질… "주가 급등속 외화내빈 우려 커져"

LG화학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인 모습.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투자 비중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R&D 투자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인력이 전체 회사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년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안팎으로 ‘K바이오’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제약산업 핵심 경쟁력의 뿌리인 R&D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8.6%로 집계됐다. 전년(9.1%)보다 0.5%p(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2015~2017년 8.9%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5년 내 최저치다.

이같은 결과는 매출은 지속해서 성장했지만, R&D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상장 제약사의 매출은 17조7227억원으로, 지난해까지 연 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2016년 20조1264억원, 2017년(25조7096억원), 2018년(27조5125억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은 31조1507억원이다. 2016년에서 2017년에는 27.7% 급증했다.

R&D 비용 역시 매출 증가세와 함께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증가 폭이 둔화했다. 2015년 1조5731억원이었던 R&D비용은 2016년 14.31% 증가한 1조7982억원이다. 이어 2017년 매출 급등세에 힘입어 R&D비용도 26.85% 증가한 2조281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2조5047억원)과 2019년(2조6939억원)은 각각 전년대비 9.8%, 7.55% 성장에 그쳤다.

이들 상장 기업은 국내 제약사 빅5로 꼽히는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GC녹십자(006280)등은 물론, 바이오 업계 양대 산맥인 셀트리온(0682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등을 포함한 총 113개사다.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제약바이오 시장조사업체인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세계 제약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R&D 투자를 단행한 스위스 로슈는 102억9330만 달러, 우리 돈 약 11조원 이상을 쏟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전체 R&D의 4배 이상을 나 홀로 투자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제약사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제약사들은 지난해 총 R&D에 총 186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21.3%다. 국내 상장 제약사 평균 수준을 2배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올해와 내년 역시 20%대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 제약산업의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연구직 비중도 2년 연속 감소세다. 국내 제약사 연구직은 2015년 1만1057명에서 2016년(1만1862명), 2017년(1만1925명)까지 증가했지만, 2018년 1만1884명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1만2314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1.7%에서 2016년과 2017년 12.5%까지 올랐지만, 2018년(12.2%), 지난해 12.0%로 2년째 줄어들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국내에 제약·바이오 인력 자체가 한정적이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늘리고 싶다고 곧바로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여기에 기업별 경력 채용까지 더해져 연구개발 인력 확충은 난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같이 R&D 투자와 인력 역량이 취약해진 것은 국내에서 2년째 ‘메이드 인 코리아’ 신약 허가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2018년 7월 HK이노엔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이 제30호 국산 신약에 오른 이후 국산 신약 허가 사례는 지난해 ‘0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은 만큼 또 0건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급성장하는 등 바이오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산업의 향후 발전 전망 등을 뒷받침할 R&D와 관련된 질적 지표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