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처음으로 8000만원을 넘어섰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의 2.6배였다. 빚을 낸 가계가 갚아야 할 대출금과 이자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4분의 1 가량은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

17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조사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 1가구당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대비 4.4%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5924만원으로 전년(5828만원)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자료=통계청

부채는 금융부채 73.3%(6050만원)와 임대보증금 26.7%(2207만원)로 구성됐다.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은 전년 대비 각각 5.1%, 2.4% 증가했다. 특히 금융부채는 신용카드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22.7%, 신용대출은 10.% 증가했다. 이어 개인·직장에서 빌린 돈 등 기타(11.8%), 담보대출(3.5%)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5분위가구의 부채는 전체의 45.2%, 소득 1분위 가구는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가구주 특성별로 보면, 40대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에서 부채가 가장 많았다.

소득 5분위별 가구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1155만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줄어든 근로소득을 정부가 지원금으로 메워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보다 5.2% 감소한 반면,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과 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은 131%나 늘었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지난해 자영업 업황 부진으로 소득이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8.5%로 전년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부채 보유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1187만원으로 1년 전(1175만원)보다 1.1%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4818만원으로 같은 기간 1.9%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세금이나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계산하면 약 24% 수준이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4분의 1을 빚 갚는 데에 썼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원리금상환이 생계에 주는 부담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0가구 중 7가구는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67.6%로 전년대비 1.1%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 자금사정이 가장 팍팍했던 가구주는 30대였다. 30대의 부채는 1억82만원으로 전년대비 13.1%(1167만원) 급증했다. 이는 50대(6.44), 40대(6.0%), 20대(8.8%), 60세 이상(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30대의 부채증감 내역을 보면 담보대출, 신용대출, 임대보증금이 각각 13.1%, 12.1%, 16.7% 증가했다. 40~50대에 보다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내 집 마련과 전·월세 증가 등을 위해 이른바 ‘영끌’을 통해, 빚을 늘린 가구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소득 증가 및 여유자금 발생 시 운용 방법으로 응답자의 24%가 부동산 구입을 꼽을 만큼 가계금융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며 "소득 증가율보다 대출 원금과 이자 등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가계의 빚 부담을 한층 가중시킨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