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규제완화라며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신청 ‘0’

금융위원회가 규제를 없앤다며 국내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과 증권회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고가의 해외 주식을 0.5주 등으로 쪼개 살 수 있도록 하자 국내 주식에도 이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증권사는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는 수백만원을 넘는 고가 주식이 별로 없고 쪼개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주식도 적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정부가 규제완화 건수를 늘리기 위해 수요도 없는 서비스를 하겠다며 탁상행정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하겠다고 신청한 곳은 현재까지 한곳도 없다. 금융위는 지난 8월 국내 주식을 0.5주 등으로 쪼개 살 수 있는 소수점 매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는 미국 등 해외주식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도입했다. 아마존 주식처럼 한 주에 수백만원이 넘는 주식을 소액투자자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비스다. 아마존은 주당 가격이 3000달러가 넘는다.

반면 국내 주식은 이렇게 고가의 주식이 별로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종목 중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LG생활건강(051900)이 유일하다. 50만원이 넘는 종목도 9종목에 불과하다. 코스닥시장에선 SK머티리얼즈의 주가가 20만원대로 가장 높다.

이는 고가 주식들이 액면분할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아모레퍼시픽(090430)은 1주당 388만원이던 주식을 38만원 수준으로 액면분할했다. 2018년 4월 243만원이던 삼성전자(005930)도 5만원으로 액면분할을 했고 SK텔레콤(017670), 롯데제과, 오리온홀딩스(001800)도 액면분할로 주가를 낮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비싼 주식들은 이미 액면 분할을 했는데 국내 주식을 0.5주씩 사야할 이유가 없고 테슬라나 아마존처럼 정말 0.5주라도 사고 싶을 정도로 성장성이 보이는 주식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실성이 없는 것을 규제완화라며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원하는 고객(투자자)이 없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