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추가 상승 기대 여전… 주택대출 당분간 높은 증가세"
"금융불균형 우려 증대"…통화정책 고려사항으로 가계부채 등장

정부가 집값 급등의 이유로 '저금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와중에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은 '공급부족'을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수급불균형으로 전세가격이 올랐고 매매가격을 밀어올렸다'는게 한은의 진단이다. 당분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 주택관련 대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동반됐다. 한은은 지난달부터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가계부채'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아파트.

한은은 10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불균형위험 누적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고 밝혔다.

주택가격을 밀어올리는 주 원인으로 '수급불균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은은 "전세가격도 수급불균형 등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전세수요 일부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주택가격 오름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진단은 지난 7월말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의 역효과로 전세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시장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8월 이후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다가 최근 수도권과 지방 모두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는 진단도 내놨다.

한은은 가계대출이 당분간 예년(최근 2~3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간 13조6000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는데,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시장 관련 대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내집 마련 수요를 억누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은은 "주택관련대출은 정부의 주택시장 관련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수급불균형 우려,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 기대 등으로 주택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며 "전세자금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는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취급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 전개상황과 함께 '가계대출'을 언급한 이후 이번 보고서에서도 주요 고려사항으로 가계대출을 지목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주요국과 비교하여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영시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유의해 주택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