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3000억 예산으로 4개 해외 제약사+코박스 퍼실리티 통한 백신구매
"1분기 도입하지만 접종시기는 미정… 우선접종순위⋅부작용 배상 방안 마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을 예방할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해외 4개 제약사 백신을 선구매한다고 8일 발표했다. 사진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정부가 4개 글로벌 제약사와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총 4400만 명분(6400만 회분)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한다. 제약사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2회 접종 기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1000만명분(2회 접종), 모더나 1000만명분(2회 접종), 얀센(존슨앤존슨 계열사) 400만명분(1회 접종)을 선구매할 예정이다. 나머지 1000만 명분은 코박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내년 2월부터 순차 도입하지만 백신 접종시기는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영국 미국 등에 비해 최소 1분기 정도는 늦게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은 8일(현지 시각) 일반인을 상대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임상3상을 끝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일반 접종은 세계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글로벌 백신 기업(약 3400만 명분)과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약 1000만 명분)를 통해 최대 4400만명 분의 해외개발 백신을 선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계획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최대 4400만명 분의 해외개발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코박스 퍼실리티는 2021년 말까지 전 인구 20%까지 백신 균등 공급 목표로,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백신개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백신공급)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국가 연합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선구매 계약을 이미 체결했으며,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확약을 받은 상태로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해 구매 물량 등을 확정하는 계약 절차를 신속 진행할 예정이다. 4400만명분은 당초 정부가 예고했던 3000만명분보다 늘어난 것으로 개발 백신의 실패 가능성을 감안해 늘린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러시아와 중국 백신은 제외됐다. 정부 추후 백신 개발 동향 등을 모니터링 하고, 필요한 물량을 추가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접종시기는 미정이다. 정부는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 되지 않았고, 안전성·효과성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는 만큼 ▲코로나19 국내 상황 ▲외국 접종 동향 및 부작용 여부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접종시기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코로나19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절차를 걸친 후 국가검증이라 불리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국내에서 접종이 이뤄질 수 있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복지부, 질병청의 (코로나19)접종계획에 맞춰 접종 차질을 빚지 않게 허가 심사와 승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국내로 들어오는 코로나19 백신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자가 우선 접종한다. 필수 예방접종자는 추후 예방접종 기본 계획 수립 후 구체적으로 대상자를 특정하겠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들의 경우 무료로 접종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나머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노인,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 등을 우선 접종 권장 대상(약 3600만명)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 종사자, 요양시설·재가복지시설 종사자, 1차 대응요원, 경찰·소방공무원, 군인 등 검토 중이지만,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등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의 임상 정보가 부족해 안전성·유효성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우선 접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우선 접종 대상자라도 접종 받을 코로나19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제약사별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대상자를 매칭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접종 대상자가 부작용 등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거부할 시에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최대한 설득해 접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끝까지 거부할 경우 마땅한 방법은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책임 부문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장관은 "백신이 아직 개발 완료전 단계이고,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부작용 등 성공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국민 건강과 안심을 위해 당초 정부에서 발표한 3,000만 명분 보다 더 많은 백신을 선구매 하기로 했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치료제도 빠르면 내년초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예방(코로나 백신)-신속발견 및 진단-조기 치료(치료제)’로 튼튼한 방역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선급금 지급 및 백신 구매를 위해 2020년 예산 중 이·전용분 1723억원, 4차 추경 1839억원 및 2021년도 목적예비비 9000억원 등 약 1조3000억원 예산을 마련했다. 1723억원 중 850억원은 코박스 퍼실리티 가입을 위한 선급금으로 이미 집행됐다.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제공받는 백신에 문제가 생겨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도 선급금은 날리게 된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현황.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보관 조건, 짧은 유효기간, 2회 접종 및 다양한 종류 등으로 인해 접종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전 준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접종 대상자별 세부 접종 전략을 마련하고, 사전 예약 및 이상반응 관리 등 통합관리전산시스템 구축, 이상 반응 대응 체계 확충, 접종 인력 확보 및 교육 등의 준비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에 백신 도입 및 예방 접종을 위한 별도 전담조직인 ‘(가칭) 코로나 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백신 유통 보관 준비도 원활한 공급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화이자 백신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영상 2~8도 수준 일반 냉장 보관 상태에서는 닷새밖에 효능이 유지되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지난 6월 말부터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하고 7월부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백신 선구매를 위합 협의를 진행해왔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쉽게 선구매하려고 했다면 지난 7월에 다 할 수 있었다"며 "기간이 늦어진 이유는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백신을 선별하기 위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 19 백신 예방 접종이 완료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민들이 생활속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등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