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수 대비 확진자 비율 4%대로 2배 뛰고, 문 대통령 항원검사 지시에 정부 입장 변화
"항원검사 현행 PCR보다 정확성 떨어져"➝ "장점 많아지는 상황⋅검사시간 크게 단축"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대유행 진입단계로 판단하고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걸쳐 항원검사로 대표되는 선제적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항원검사를 지시하면서다.

애초 방역당국은 항원검사의 정확성과 현행법상 문제로 항원 검사에 난색을 표해왔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이전부터 무증상자에 대해서도 항원검사를 실시해 코로나19 전파자를 찾아 냈어야 했다며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국 등으로 코로나19 신속 항원검사가 확대된다. 이는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쉽사리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고 발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등 일정조건에 부합한 대상자를 상대로 주로 PCR 검사를 통해 확진여부를 판단해왔다. 하지만 기존 확진자의 동선이나 증상여부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감염자를 찾아내는 검사를 할 경우 더 많은 검사가 요구된다. 검사시간이 약 6시간 소요되는 PCR보다는 30분안에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검사가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CR 검사는 환자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바이러스 DNA를 증폭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한다. 정확도가 높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유전자증폭기 등 검사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흠이다. 반면 항원검사는 코 안쪽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정 성분을 검출해 30분 안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PCR 검사와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정부가 항원검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선제검사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이는 최근 검사 양성률이 치솟은데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코로나19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전날 1만4509명 중 615명으로, 4.24%를 기록했다. 직전일인 4.39%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한 달전 2%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2%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검사 양성률이 2% 정도이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을 경우 진짜 양성보다는 위양성(가짜 양성)일 확률이 좀 더 높다"고 했다. 음성이어야 할 검사 결과가 잘못돼 양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도 같은 달 26일 브리핑에서 "(신속항원 검사는)정확히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되고, 제도적으로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합리적으로 부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항원검사든 PCR(유전자증폭)검사든 모두 전문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전 국민 검사는 일시적으로 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항원 검사의 활용을 적극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같은 날 이상원 단장은 "신속항원검사는 위양성률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코로나19)발생률이 높아진 순간에는 쓸 수 있는 장점이 많아지는 그런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며 "환자발생 가능성이 높은 요양시설, 격⋅오지, 응급실 같은 활용성 높은 쪽부터 접근해나가서 점차 활용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코로나19 선제 검사 주장은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왔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가 진단 키트는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이 PCR 방식의 8분의 1에 불과하고 검사 시간은 15분"이라며 "세계 100개 이상의 나라에 수출하는 진단키트를 국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진 회장도 지난 11월 12일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0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코로나19)치료제가 나온다면 정부에 전 국민 진단을 하자고 건의하려고 한다"며 "진단해서 환자라 생각하는 사람에 (치료제를)투여하면 한국은 청정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한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선제 검사를 실시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현 시 외출 자제를 권고하며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지만,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최근에는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강조하며 독려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는 최근 지역사회에 잠재된 조용한 전파를 막는 것은 역부족으로 초기에 전파자를 찾았어야 한다"며 "젊은층, 경제활동인구 등을 대상으로 신속 선별 검사를 해야 산발적으로 나오는 전파자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