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이하며 ‘탈(脫) 통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통신 3사는 5G(5세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무선사업과 함께 ICT 신사업을 강화해 테크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통신 3사 중 KT(030200)를 제외하고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가 호실적을 기록했다. KT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자회사의 부동산 사업 부진, 임금단체협상 타결로 인한 인건비 증가가 발목을 잡았다.

(왼쪽부터)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KT 광화문 사옥,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전경.

◇SK텔레콤 신사업의 4대 축 미디어·융합보안·커머스·모빌리티

먼저 SK텔레콤은 연결 기준으로 올 3분기 매출 4조7308억원, 영업이익 3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9.7% 증가한 수치다. 5G로 무선 사업이 반등 추세다. 연말까지 5G 누적 가입자 500~600만, 내년 말에는 900만명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특히 지난해부터 조직 개편을 통해 ICT 뉴비즈(New Biz. 신사업) 구축에 힘을 쏟으며 관련 성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약 27%에서 지난해 약 36%까지 커졌다. 통신 매출 비중을 향후 5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텔레콤을 대신할 새로운 사명 변경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올 3분기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며 18.9% 증가한 1조52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3% 상승하며 가파른 성장세다.

SK텔레콤은 ‘T맵’을 기반으로 연내 모빌리티 전문 기업인 ‘티맵 모빌리티’도 설립 예정이다. 이 자회사는 T맵 기반 주차·광고 등 플랫폼 사업, 다양한 운송 수단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올인원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우버와 협력해 택시호출 사업도 확장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또 최근 구글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화 대상 확대로 주목받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는 내년을 목표로 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풍영 SKT 코퍼레이트1 센터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원스토어 IPO를 위한 주간사 선정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상장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ADT캡스, 웨이브, 11번가, SK브로드밴드, 티맵 모빌리티까지 IPO를 진행해 금융시장서 인정받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B2B 사업 강화를 위해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구축을 확대한다. 윤 센터장은 "2021년 7월 일산과 서울 가산동에 대규모 IDC를 오픈할 예정이고, 향후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T, B2B 사업 강화...2022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1조원 달성

KT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6조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2924억원으로 6.4% 줄었다. 이는 일부 그룹 계열사 매출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여행과 소비 축소로 BC카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하고, 호텔 등 부동산 사업을 하는 에스테이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9.4% 급감했다.

대신 무선, 미디어 사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KT의 5G 누적 가입자는 281만명으로 휴대폰 가입자 대비 약 20%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이폰12 출시 특수로 연말까지 5G 가입자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IPTV 서비스도 가입자 순증 규모와 매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KT의 미래 경쟁력을 보장하기는 부족하다. KT도 2025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통신 비중을 현재 66%에서 50%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B2B ICT 서비스 사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인공지능)·DX(디지털전환) 서비스 사업은 3분기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증가했다. 최근 B2B 사업 강화를 위해 KT는 새로운 브랜드인 ‘KT 엔터프라이즈’도 공개했다.

또 KT는 지난 4일 자사의 13번째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용산에 오픈했다. 용산 IDC는 서울권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연면적 4만8000㎡에 지상 7층, 지하 6층 규모를 갖췄고, 8개 서버실에서 10만대 이상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하다.

KT는 이와 같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강점으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공략한다. 윤 CFO는 "자회사와 함께 ‘AI 콜센터’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12개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또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이미 금융·공공분야 수천여 고객사를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KT 주가는 저평가되어있다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며, 오는 2022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예상하는 만큼 기업가치도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했다. KT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목적으로 3000억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도 추진한다. KT는 2009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이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11년만에 처음이다.

◇LG유플러스 모바일·스마트홈 고른 성장...B2B·B2G 사업 강화

LG유플러스는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연결 기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6500억원,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4%, 60.6% 증가했다.

이는 언택트 수혜로 인한 모바일과 스마트홈 등 유무선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스마트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어난 5143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홈의 핵심 서비스인 IPTV의 매출은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보다 13.2% 늘어난 2926억원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매출도 스마트요금제 보급,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가로 11.6% 늘어난 2217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인프라 매출은 클라우드 수요 확대와 솔루션 신사업 성장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334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기업회선에서 전년동기대비 0.6% 줄었으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이 19.3%나 개선됐고, 솔루션사업도 0.7% 성장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2020 노스홀(North Hall)에 위치한 현대 자동차를 방문 UAM에 대해 논의하고있는 모습.

향후 기업인프라 사업은 B2B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LG유플러스는 앞서 5G와 고정밀 측위 기술을 활용해 대형 공장 내 주요 설비를 순찰, 점검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또 물류센터 운영 자동화를 위해 5G 저지연 기술 기반 무인지게차 사업을 추진하고 연내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융복합사업과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뉴딜 사업 참여로 B2G(정부간거래)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4분기에도 컨슈머 및 기업사업의 추가 성장을 지속하고, 통신 본업의 성장과 함께 미래성장 기반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