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4대 비전 "중립성 수호·파급력있는 콘텐츠·온라인 퍼스트·상업적 수익"
비전보다 수신료 인상 매달리는 KBS...내년 수신료 인상안 법안 상정 목표

영국 공영방송사인 BBC가 미래 미디어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회사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전 세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등에 제공하며 상업적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조적 변화 보다는 ‘수신료 인상’에 집중하는 한국의 공영방송사인 KBS의 행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리비 맥퀠런 BBC그룹 영상전략총괄본부장은 2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 연사로 나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영국 진출과 시청자의 이용행태 변화에 따른 BBC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맥퀠런 본부장은 "곧 100주년을 맞이하는 BBC가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현대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 BBC의 새로운 대표로 부임한 팀 데이비 사장은 네 가지 전략과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리비 맥퀄런 BBC 그룹 영상제작 전략본부장.

BBC는 영국의 대표 공영방송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사다. 현재 BBC 매출에서 영국 국민들로부터 받는 수신료가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BBC 수신료 미납자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신료 폐지’ 움직임을 보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반발한 BBC 전임 대표인 토니 홀 사장은 정부와의 논의에 앞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난 9월 사임했다. 맥퀠런 본부장에 따르면 신임 데이비 사장은 상업방송 제작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BBC에서 마케팅담당 이사, 오디오&음악담당 이사, BBC 스튜디오 CEO를 맡아 콘텐츠 산업에 뛰어난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

데비이 사장이 제시한 BBC의 네가지 과제는 ▲뉴스 및 콘텐츠에서 중립성 수호 ▲독특하고 파급력있는 콘텐츠 제작 ▲온라인에 우선 가치를 둔 자원 활용 ▲상업적 수익 확대다. BBC의 과제를 앞장서 시행할 조직은 그가 CEO로 재직했던 BBC 스튜디오다.

맥퀠런 본부장은 "콘텐츠 제작 및 배급을 시행하는 BBC스튜디오는 전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현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 BBC 공영부문과 긴밀히 협업하며 그룹 내 핵심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가 이와 같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VOD(주문형비디오), OTT 등으로 미디어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퀠런 본부장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전통적 미디어가 큰 압력을 받고, 코로나19로 (이런 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BBC는 일회성, 선형적 시청방식의 콘텐츠를 넘어 모바일과 온라인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BBC 스튜디오가 BBC 내부 제작만이 아닌 제 3의 기관으로부터 콘텐츠 제작 의뢰를 받을 수 있도록 독립적 경영 방침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 등과도 협업을 진행한다. 맥퀠런 본부장은 "넷플릭스 등 미국의 기업들과 협업 범위를 드라마로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BBC 스튜디오가 촬영 중인 한 드라마 모습. BBC는 자체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세계 미디어 기업, 콘텐츠 제작사들과 협업을 강화한다.

특히 BBC가 강한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미국 디스커버리와도 협업을 강화해 글로벌 VOD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맥퀠런 본부장은 "BBC가 100년 가까이 존속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아이디어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의 이와 같은 비전은 국내 공영방송사인 KBS와 사뭇 다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난해 759억원 적자였고 올해도 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세 차례 긴축을 통해 예산을 300억원 줄였으나 적자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양승동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의 '검언유착 오보'에 관한 질의를 듣고있다.

KBS는 지난 9월 수신료 인상안 초안을 만들어 적정 수신료를 시뮬레이션하고, 지난 달 경영진이 이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안건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최종적으론 내년 4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한다. 방통위도 KBS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KBS가 새로운 경영 비전과 내부 구조 개혁 등에서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KBS 2019년 회계 결산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KBS는 4726명에게 인건비 5296억원을 지급했는데. 1인당 평균 1억1184만원 꼴이다. 전직원 평균 1억80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한 삼성전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KBS는 2급 이상 상위 직급 직원이 과반(56.6%)에 달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KBS가 받은 수신료가 6705억원에 이르고, 올해 경영 적자가 1000억원대로 예상되는데 이를 수신료 인상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유력 방송사들은 콘텐츠 경쟁력을 기르는데 집중하고 있는데 KBS는 수신료 인상에 더 매달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