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극장으로… 범죄 오락 영화 ‘도굴’ 11월 4일 개봉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가의 보릿고개가 계속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신작 ‘도굴’의 흥행 가능성이 주목된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도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 역의 이제훈,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이자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역의 조우진,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 역의 신혜선,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 역을 맡은 임원희, 그리고 박정배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도굴’ 주연 배우들과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이제훈, 박정배 감독, 배우 신혜선, 임원희, 조우진.

‘도굴’은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 유물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특히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배우들의 합이 관전 포인트다. 이제훈은 능청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강동구’로 변신해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 완벽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조우진, 임원희의 ‘티키타카’는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고미술계 큐레이터 역의 신혜선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서늘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뿜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여기에 첫 도굴이 시작되는 황영사에서부터 두 번째 도굴 본거지인 중국 지린성 고구려 고분, 도굴꾼들의 마지막 목표인 서울 강남까지, 다양한 로케이션을 비롯해 사실적으로 구현한 다채로운 유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의 ’도굴’은 당초 6월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로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다. 총제작비 100억원대로 손익분기점은 250만명 규모로,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에 ‘도굴’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시사회에서 이제훈은 "극장에 오는 발걸음이 무거우시겠지만, 극장은 안전 수칙에 따라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 많은 분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됐다고 생각한다"며 "‘도굴’이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도굴’의 한 장면.

그러나 ‘도굴’이 하반기 극장가의 구원투수가 될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날 ‘도굴’ 시사회에 참석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영화의 흥행 여부를 쉽게 예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코로나19가 확산과 감소를 오가는 상황에서 극장가는 여전히 침체된 상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28일) 기준 올해 1~10월 영화 상영 매출액은 약 4606억9165만원, 총관객 수는 5389만여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약 1조5719억원)과 관객 수(약 1억8561명)보다 70%가량 급감한 수준이다.

경영 상황이 악화한 국내 1위 멀티플렉스 CGV는 최근 상영관 감축, 탄력 운영제 도입, 비효율 사업 정리 등 내용을 담은 극단의 자구책과 함께 관람료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뒷순위 업체인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관람료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봉 가뭄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제작이 중단되거나 개봉 연기된 영화는 120여편에 달한다. 지난 여름 대목과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제작비 규모 100억원대 이상의 대작들과 ‘테넷, ‘뮬란’ 등 외화들이 관객을 찾았지만, 대부분 가까스로 손익분기점만 넘기거나 그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한 지 한 달 된 ‘담보’가 차지하고 있다. ‘담보’의 손익분기점은 170만이지만, 누적 관객 수는 150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예매율은 2%대를 기록하고 있어 손익분기점 돌파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개봉작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10월 21일)’이 1위, ‘미스터트롯: 더 무비(22일)’과 ‘소리도 없이’가 3, 4위에 올라 있다. 아직 상영 초반임에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44%)’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의 예매율은 2%대에 그친 상태다.

수익 보장이 어려운 상황에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영화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극장 개봉을 연기한 박신혜 주연의 스릴러 영화 ‘콜’은 11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이밖에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낙원의 밤’, 배우 차인표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 ‘차인표’, 송중기·김태리가 출연한 제작비 200억원대 대작 ‘승리호’ 등도 극장 대신 넷플릭스 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