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중노위 쟁의조정 신청, 이르면 다음주 파업권 확보
'사실상 부분파업' 한국GM, 본교섭도 못한 르노삼성…"글로벌경쟁사들은 노사갈등없어"

올해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에 이어 기아자동차노조마저 파업권 확보에 나섰다. 앞서 파업권을 확보한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 역시 노사간 이견을 줄이지 못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협상이 결국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기아차 노조는 26일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어 쟁의대책을 논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 신청은 공식 파업을 위한 첫 단계다. 노조가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면 약 중노위는 열흘 간 조정회의를 거쳐 조정 중지 여부를 결정하고, 조정 중지가 결정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차 노조는 빠르면 다음주 중 파업권 획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까지 9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과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60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실무 협상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교섭이 결렬됐다.

19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부평공장 물량 수주 등에서 이견을 줄이지 못한 한국GM노조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며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한국GM은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산 손실에 이어 추가적인 생산 손실을 야기한 이번 노동조합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노조의 행동을 비판했다.

한국GM노조는 23일부터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며 사실상의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노조가 차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까지 해당 쟁의 행위를 지속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누적 생산손실 6만대에 이어 이번 노조의 쟁의 행태에 따라 100대 이상의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판매 호조로 미국에서 급격한 수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GM이 생산차질을 만회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업계 관계자에게 "또다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GM본사는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GM 부평2조립공장.

한국GM에 이어 지난 16일 파업권을 획득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지난 19일 부산공장 재가동 이후 아직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6차 실무협상까지 마쳤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다음달 초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있는 탓이다.

노조는 앞서 파업시기에 대해 내년 2월 쯤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XM3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되고 물량이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파업해야 회사에 타격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집행부의 임기가 다음달로 끝나면서 다음 집행부도 이같은 계획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노사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노사갈등은 커녕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등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치열하게 전개 중"이라며 "폭스바겐은 코로나 위기를 고려해 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도요타는 차등적 임금인상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무분규 타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 업체의 노사 협상타결 지연 등으로 인해 생산차질만회를 위한 연장근로가 불발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부품업체들의 위기는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미국 등의 회복세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한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