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27.7원 마감… 1년 7개월 만에 최저
바이든 당선 땐 1100원 위협… 1120원대 당국 개입 주목

원·달러 환율이 눈깜작할 새 1120원대까지 내려왔다. 6개월 만에 무려 60원 가까이 내려온 것이다. 미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는 데다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한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원화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간 환율 하락폭이 크지 않은 데다 현재 환율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2원 내린 1127.7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종가·1127.7원) 이후 1년 7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내린 1130.0원에 출발해 장초반 1120원대로 내려왔고 장막판에 낙폭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 교정에서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외환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 대선이다. 우선 미 대선 이후 경기부양책이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지수는 지난 24일 기준 92.75를 기록하면서 전일대비 0.22% 하락했다. 독일의 제조업 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도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를 지지했다. 독일의 10월 제조업 PMI(예비치)는 58.0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54.8)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위안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는 것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주요인이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이날 6.66위안대에서 오르내렸는 데 지난주에는 6.63위안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날부터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19기 5차 전체회의(19기 5중 전회)가 나흘 동안 열리는데 향후 5년간 중국 경제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안화 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은 이번 5중 전화에서 '내수 중심 쌍순환 성장'을 주요 계획으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수출이 위협받자 경제자립도를 높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경제와 한국경제의 연관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중국경제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원화가치에 대해서도 재평가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1100원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조달러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투자한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재정적자 증가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증폭시켰던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은 위안화 강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외환당국의 개입을 예상하는 의견이 있다.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과 가격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환율이 1125원 수준인 만큼 이 레벨이 1차 지지선으로 언급되고 있다. 환율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지난 3월 19일(1285.7원) 이후 7개월 만에 160원 가량 내려온 수준이다. 당장 한 달 전인 9월 중순에만 해도 1180원대에서 움직여왔다.

일각에서는 환율의 일간 하락폭이 크지 않고 수출기업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만큼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와 월말 네고(달러 매도)물량이 몰리면서 환율 하락에 좀더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다만 1120원대에서 당국의 대응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