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영문 당명 적어 놓고
"민주당 정책 이행 가로막는 제약 없어졌다"
"4월 총선 승리로 확장 재정 기조 굳어져"
그 결과 "지난 10년간 재정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
피치, 北리스크로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적었지만 靑 언급 안 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6일(현지 시각)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청와대는 피치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재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국을 재발견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런데 피치는 보도자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영문 당명(DPK)을 명시하고, "4월 총선 압승으로 문재인 정권은 견제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지난 10년간 재정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년까지 적자가 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런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21대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14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피치는 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보도자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영문 당명을 언급했다.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유지에 대해 "한국 신용등급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 완만한 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하에서 양호한 대외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피치의 이번 결정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로 사상 최다 수준의 국가 신용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재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국가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조정된 사례는 6일 현재 107개국, 211건에 달해 "역대 최다"라고도 했다.

이호승 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유지 결정에 대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과를 열거했다. 그는 "지난 달 10일 외평채가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됐고, 유로화 채권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면서 "국제적인 평가는 한국 경제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올해와 내년을 합산해 성장률을 계산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을 재발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020년 4월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한 김상조(왼쪽) 청와대 정책실장,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 이호승 경제수석이 대화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피치 보도자료 중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총선 승리'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피치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DPK) 승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간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제 전략 전환이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4·15 총선에 대해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Together Citizens' Party)는 의석의 60%를 차지했다"며 "민주당이 다른 정당 지원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정책 이행을 가로막는 제약도 없어졌다"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한국에 대해 보고서를 쓰면서 정당명을 넣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피치는 그 결과로 '적자'를 거론했다. "9월 3일 국회에 제출 된 2021 년도 정부 예산안은 보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으로 전환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고, 지출 증가의 원인으로는 "소득주도성장과 한국판 뉴딜 투자"를 들었다. 그러면서 "2022년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 예측으로는 2024년까지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며 "이는 평균에서 이동한 것으로 지난 10년간 0.9%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6월16일 오후 2시50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있다. 피치는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과 관련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언급했으나,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피치는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해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지정학적 위험이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청와대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신용등급을 제약하고, 지난 6개월간 외교적 노력은 답보상태이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피치는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다. 비핵화 협상 재개 전망은 미 대선 전까지는 어둡고 그 이후로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소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