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표 경총 6대 사장단 간담회
이낙연 '기업규제 3법' 속도조절 거부
다만 "韓기업 외국 헤지펀드 표적 막아야"

손경식 작심한 듯 "경제계 걱정 크다"
비공개 전환되자 이대표 "혼나러 온 줄"
손 회장 "우리는 속도 강도 줄여달라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6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 3법(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개정안 처리를 미뤄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들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노동개혁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반대를 명확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6대 기업 사장단을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장동현 SK사장, 오성엽 롯데지주사장 등 6대 그룹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 대표가 경총을 직접 찾는다는 소식을 재계는 반겼다. 이 대표와 손 회장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경제 현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날 배석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인 김진표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도 '기업을 잘 아는 의원'으로 통한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3법에 대해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 최고위원도 "공론의 과정에서 경제계가 소외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간담회 시작부터 긴장감...비공개 면담 30분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이 대표와 손 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오전 10시쯤 간담회장에 입장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념사진을 찍었지만 참석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손 회장은 작심한 듯 모두발언에서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고용상 위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손 회장은 "국회에는 기업경영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법안이 200건 넘게 제출돼 있어 경제계로선 걱정이 크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게 되면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기업들이 회사 내부의 핵심 경영권 사항에까지 진입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게 됨으로서 경영체제 근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했고, "경영권 방어조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는 가운데 규제만 도입하면 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시급하지 않은 것은 경제 정상화 이후 중장기적으로 해 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네번째)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경제 3법에 대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지만, 이걸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이는 손 회장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은 오래된 사안이고 기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골탕 먹이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다만 "우리 기업이 외국 헤지펀드의 표적이 되게끔 하는 것은 막고 싶다"고 했다.

손 회장은 이 대표가 말하는 동안 몇 차례 물을 들이켰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끝으로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30분쯤 흐른 10시 47분 간담회장 문이 열리고 참석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경제3법은) 기업을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건강성을 좋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이라고 했다. '예정대로 경제3법을 처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 이낙연 "민주당이 혼나러 온 줄 알겠다"

간담회 참석자에 따르면 비공개 전환 직후 이 대표는 손 회장에게 "모두발언만 보면 민주당이 혼나러 온 줄 알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고 한다. 민주당 참석자들은 '3법이 기업을 죽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시 뛰게 하는 법'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장단 6명 모두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고 한다. 참석자에 따르면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를 공격한 사례를 예로 들었고,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언급했다고 한다. 나머지 사장단들도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해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경식 경총회장과 경영자들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경총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에 진척이 있으리라고 본다"며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강도도 좀 줄여달라는 의미로 말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른바 '3%룰'로 불리는 상법개정안 감사위원 분리선임 조항과 관련해 "서로간에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했다. 모두발언에서 "우리 기업들이 외국 헤지펀드 표적이 되는 것은 막고 싶다"고 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 조항은 이사회 멤버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다른 이사들과 달리 대주주 의결권을 3% 이하로 제한하도록 한다. 이사회 구성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핵심 정보가 유출돼 투자 목적의 헤지펀드 등에 우리 기업이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상식선에서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측 참석자는 "이 대표가 경총을 직접 찾아간 것 그 자체가 재계 의견이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는, 그 자체가 메시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전날 제안한 노동 관련법 개정에 대해 "노동자의 생존 자체가 벼랑에 서 있다"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면담 직후 페이스북에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고, 다음 일정으로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를 위한 정책 및 제도마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는 이 대표가 노동유연성을 보장하는 취지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