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접목으로 의료 인력 부족 해결 노력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유튜브 제작 협력
검색 기능 연동해 '긴급 알림' 기능 제공

지난 7월말 기준 전세계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92%가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쟁이 없다. 2위 빙(Bing)과 3위 야후의 점유율은 각각 2.4%대, 1.6%대에 불과하다.

카렌 데살보 구글 최고헬스담당임원(CHO).

구글을 통한 검색 건수는 전세계에서 1초에 6만3000건, 1년에 2조건에 달한다. 2조건의 검색 건수 중 약 15%는 이전에 검색된 적이 없던 항목이다. 새로운 정보 유입과 관련 검색이 그만큼 활발히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검색엔진의 외관과 작동 원리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런데도 구글이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은 우월한 검색 알고리즘(컴퓨터 상에서 어떤 값을 입력했을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만든 규칙의 집합)이다. 구글은 불과 1초 사이에 200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과를 찾는다.

구글의 정보 경쟁력은 검색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계열사인 유튜브 사용자는 20억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매일 10억 시간을 유튜브를 시청하며 보낸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경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애플(iOS)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알파고로 유명한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딥마인드(DeepMind)'도 구글이 2014년 인수해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런 구글이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을 때 전 세계의 관심은 이처럼 압도적인 정보 경쟁력이 의료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모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거짓말처럼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구글은 당시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천명하면서 미국 텍사스대 델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카렌 데살보를 초대 최고헬스담당임원(CHO)으로 영입했다. 의사 출신인 데살보는 하버드대에서 임상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남부의 명문 툴레인대에서 공중보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올리언스 보건담당 집행위원을 역임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역임하는 등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다.

그로부터 9개월이 조금 더 지난 지금, 구글의 ‘의료 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 구글 본사에 있는 데살보를 단독으로 화상 인터뷰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글 합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중심도시)를 강타했을때 뉴올리언스 보건담당 집행위원을 맡고 있었다. 당시 경험은 내 경력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공중보건과 위기대응 등으로 업무 영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들 분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최전방의 의료진을 돕는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경험이 구글을 통해 극대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직장으로 옮긴 셈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가.
"정보를 제공하고 연결성(connectivity)을 높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제품과 기능들을 개발 중이다.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진료를 돕는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과 AI 기술을 통해 의료 분야에서 공정성과 안전성,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 의료시스템의 취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또 다른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유행)이 발생한다면 구글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어온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공공 의료기구와 구글의 협력관계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강화됐다. 또 다시 공공의료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는 전염병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사생활과 익명성을 보호하는 범위에서 사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AI 기술은 의료진의 진료 경험을 확대·재생산해서 정밀도를 높이고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료 서비스가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제공되는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진 부족도 문제가 됐다. 그런 노력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AI 기술로 특정 의료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건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에는 방사선 전문의가 부족한데 암 진단 수요는 늘고 있다. 우리는 영국과 미국의 진단의학 연구진들과 협력해 AI가 유방암 진단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정확도가 크게 증가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구글의 AI 시스템은 유방암을 방사선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헬스 연구팀이 미국과 영국 여성 각각 1만5000명, 7만6000명의 유방 촬영 사진을 사용해 훈련시킨 구글 AI 시스템은 암 진단에 탁월할 뿐만 아니라 진단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줄였다.

의료 분야에서 AI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을까.
"AI는 진료 경험과 성과를 강화시키고 확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능은 AI가 낫겠지만, 인간의 진료 행위에는 대체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 '치료'의 근간이기도 한 공감과 연민 등이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AI를 이용해 급성 신장 손상(AKI)을 최대 이틀 먼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향후 의사들이 급성 신장 손상을 치료하는데 48시간 앞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단의학은 AI 접목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다.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 구글의 다른 서비스 부문과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코로나19 대응이 협업의 좋은 예다. 확진자 발생 등과 관련된 '긴급 알림(SOS)'은 검색 기능과 연동해 사용자들이 최신 정보와 안전 관련 팁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많은 관련 검색 결과 중에서 WHO등 보다 권위있는 정보 소스로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코로나19 관련 증상과 예방·치료 관련 정보를 포함하도록 지식 패널도 확장했다. 유튜브와는 공동으로 헬스케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를 위해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적인 의료기관과도 협력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유튜브는 '거짓 정보'를 솎아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경쟁 기업과 협력도 가능할까.
"코로나 감염자나 위험 지역 접촉시 알림 기능 개발을 위해 애플과도 협력 중이다."

정보 정확성을 높이고 정보 제공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 등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법규와 개인 정보보호와 보안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