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자 국내선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8월 수송 여객 수가 작년보다 오히려 27% 늘어난 가운데, 출혈 경쟁 여파로 수익성은 대폭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편도 운임이 5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항공협회가 운영하는 에어포털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전 노션 셧다운 중인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 8곳의 국제·국내선 여객수는 572만52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항공사 9곳이 수송한 1134만5100명과 비교해 4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입국 제한·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제선 여객수는 14만4700명에 불과해 지난해 534만9500명에 비해 97.3% 급감했다. 해외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국내선의 경우 여객 558만500명을 수송해 작년 같은 기간 599만5500명 대비 7% 감소에 그쳤다.

그래픽=김란희

국내 노선과 편수를 확대하며 활로를 모색해 온 LCC들은 국내에서 작년보다 여객을 더 많이 실어 날랐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LCC들의 8월 국내선 수송 여객수는 472만94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343만2900명에 비해 오히려 27.4% 늘어났다. 타개책으로 화물 영업에 집중한 대형항공사들과 달리 여객 수요에 의존해야 하는 LCC들은 지난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국내선 운항 편수와 취항 지역을 늘렸다. 지난 3월만 해도 항공사들의 국내선 노선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46% 감소한 27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 수준을 회복한 42개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LCC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는 눈길을 주지 않던 지역에도 부정기 항공기를 띄우면서 경쟁적으로 노선 확장에 나섰다. 대형사들의 항공기만 오가던 여수공항에는 5월부터 국내 1~2위 LCC인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를 비롯해 소형항공사(50인승 이하)인 하이에어가 잇따라 신규 취항했다. 한때 유령공항으로 불리기도 한 양양에도 플라이강원이 김포 노선 비행기를 띄운 데 이어 티웨이항공(091810)과 제주항공이 부산~양양 노선 등에 신규 취항했다. 한 LCC 관계자는 "비인기 노선이라도 당장 매출을 끌어낼 방법은 여객 운송밖에 없으니 경쟁적으로 노선 확장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티웨이항공 예약사이트에서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이 최저가 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모습. 제주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을 최저가 8500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선 여객수 증가에도 LCC들은 적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출혈경쟁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매출보다 비용 지출이 훨씬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의 9월 최저 운임을 5000원에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9월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을 최저 8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1만원 미만대 운임으로는 다 채워도 적자"라며 "탑승객을 선점하기 위해 항공권을 초저가로 판매하다 보니 운송량 증가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현재 LCC 대부분의 국내선 평균 탑승률은 70% 미만으로, 국내 항공권 운임을 평균 3만원으로 잡을 경우 평균 200석 규모의 여객기 1대를 띄울 때 발생하는 매출은 4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건비와 유류비를 비롯해 이착륙비, 조업사 비용 등 1회 운항에 나가는 비용은 1000만원가량이다. 항공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를 보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그나마 현금 흐름을 위해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LCC 관계자는 "비행기를 세워둘 바엔 차라리 유동성 위험이라도 줄여보고자 적자를 보면서도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면서 "8월 말부터 추석 전까지는 최대 비수기인데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까지 겹쳐 올해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