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섬유업체 직원 김모(35)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최고조에 이른 지난 3월부터 휴업수당을 받고 집에서 쉬고 있다. 사업주는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6개월만 상황을 지켜보자며 해고 대신 휴업을 권유했다. 사업주가 해고 대신 휴업을 권유한 것은 정부가 지급하는 휴업수당 지원금(고용유지지원금)이 있어서였다.

다음달이면 휴업한지 6개월이 지나 업무 복귀를 사업주가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김씨가 다시 업무에 복귀할 지도 불투명해졌다. 김씨는 "코로나가 재확산 된 상황이라 회사 복귀도 어려울 것 같고, 사업주가 정부 지원금이 끊긴 상황에서 더이상 휴업을 연장하진 않을 것 같다"며 "곧 추석 명절인데 해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해고 위기에 처해 있는 근로자.

정부가 최근 고용유지지원금 제공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음달부터 ‘고용대란’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을 넘긴 지난 3월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받고 직원들의 유급휴업을 신청한 사업장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다음달을 기점으로 지원금이 끊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모든 업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다.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감원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을 주면서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휴업수당의 최대 67%를 최장 6개월간 보전해주는 제도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유급 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7만745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신고건수(1514건) 대비 5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초 예정된 고용유지지원금 관련 예산은 약 350억원이 편성됐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세차례에 걸친 추경예산 배정으로 약 2조1630억원까지 관련 자금이 늘었다. 그러나 경영난이 가중된 중소·중견업체들로부터 지원금 신청이 쇄도하면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원기간을 더 연장하고 싶어도 자금 부족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 자금은 최장 6개월까지만 지원되기 때문에 지난 3월부터 휴업에 들어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수령한 사업장의 경우 다음달부터는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정부는 일반업종을 제외한 여행업, 항공업, 관광업 등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서만 지원금 제공기간을 60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지원금을 뒤늦게 신청해 지급기간이 몇달 남은 사업장들도 10월부터는 사정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특례기간을 둬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 규모를 한시적으로 90%로 올렸는데, 10월부터 특례기간이 종료돼 다시 67%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근로자를 해고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다음달부터 빗장이 풀리면 대량해고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기업을 위한 고용유지 지원책을 계속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업체들의 인건비를 계속 부담하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예산을 늘릴 수는 없다"며 "다음달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사업장 실태를 파악해 다른 정책적 지원 방법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