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Peer-to-Peer·개인 간) 금융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27일 시행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온투법이 시행되면 ‘옥석 가리기’를 통해 건전한 회사는 쉽게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자도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온투법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가 많아 대다수 P2P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러다 5~10개 업체 빼고 다 망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있다. 실제 상당수 P2P 업체는 금융당국이 온투법 시행에 맞춰 감독을 강화하자 상품 출시 일정을 재조정하고, 출시 상품을 줄이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조선DB

금감원은 부실 P2P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240여개 업체에 대출채권의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온투법 시행에 앞서 가짜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거나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되는 부실업체를 미리 점검하는 차원이다.

업체들은 감사보고서에 대응하느라 투자상품 출시를 미루거나 줄이고 있다. 26일 현재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경우 평택 미공군장교용 렌탈하우스 상품을 포함해 2개의 상품만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3위권인 피플펀드는 2개, 5위권인 데일리펀딩은 1개의 상품만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여러 업체의 P2P 투자 상품을 보여주는 P2P 메타 투자사이트 ‘알통’엔 "8월 27일 온투법 전후로 입점 펀딩사의 온투법 관련 대응 및 등록으로 인해 상품 출시 일정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투자회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와있다.

온투법은 P2P 업체의 영업 행위와 진입 요건, 준수 사항 등을 법률로 규정한다. 세계 최초로 P2P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법으로, 금융 신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때 온투법 시행 소식에 ‘정부가 P2P 금융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활성화한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막상 시행이 임박해지자 업계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모습이다. 온투법 시행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저축은행법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의 제한을 받아 기관 투자자가 투자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온투법 시행으로 ‘옥석가리기’의 차원을 넘어 업계 자체가 뒤집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투법 시행으로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각종 P2P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 한도가 줄고, 기관 투자도 거의 막는 방향으로 가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금감원 감사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출 채권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26일까지 20여개에 불과했다. 전체 240여개 업체 중 10% 정도만 보고서를 낸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하더라도 감사 의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거쳐 대부업체로 남거나 폐업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

P2P 업체의 잇따른 상환 지연과 부도로 소비자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된 상태다. 누적 대출규모 7위권 업체인 시소펀딩은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28건과 21건 상품에 대해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팝펀딩, 넥펀 등 일부업체는 회사 문을 닫고 회사 관계자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