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동산 대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홍남기 부총리)
"재건축 규제를 풀고 양도세를 완화하는 조치가 없으면 하향 안정은 쉽지 않다."(부동산 전문가들)

이번엔 누구 말이 맞을까. 정부는 2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시차를 지나 효과를 낼 때가 됐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안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폭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전망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14% 상승했다. 지난 주(0.17%)보다는 다소 낮아진 수준이지만 상승세는 이어갔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 역시 0.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줄였지만 지난 7월 첫째 주 이후 5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같은 지표를 두고 추세를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대책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상승폭 둔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강남 4구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멈췄고 앞으로 정책적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이후 정례브리핑에서 "주택공급 등 다방면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주택시장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세제 입법이 최근 완료돼 법인 소유의 물량이 매각되면서 투기 수요는 억제되고 신규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 ‘패닉바잉'이 진정될 것이라는 이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불안정 요인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지수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것에 집중한다.

이들은 서울 아파트의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짚었다. 이는 정부가 거주요건을 강화하는 정책을 잇따라 편 데 따른 것이다. 우선 정부는 조합 설립을 하지 않은 재건축 조합의 경우,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도록 했다. 또 거주기간에 따라 주택 매도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임대차 3법도 집주인들의 실거주 욕구를 자극했다.

이 결과 서울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서 지난달 30일보다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가 1287건에서 780건으로 39.4% 감소해 가장 감소폭이 컸고, 중랑구(38.8%), 강북구(36.1%), 구로구(30.9%) 순으로 줄었다. 가장 매물이 적게 줄은 종로구도 123건에서 114건으로 7.4% 감소했다.

아파트 전세가 말라붙자 세입자들이 빌라로 몰려가면서 빌라 전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6월보다 3.7포인트 오른 102.3으로 상승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이 지수가 100을 넘긴 건 2017년 9월 이후로 3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10월 이사철이 다가오면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대차 3법에 따른 불안감으로 집 주인은 선제적으로 전셋값을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당장 다가온 가을 이사철까지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전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 불안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다팔 수 있도록 양도세율을 완화해주고 재건축 규제를 풀어줘야 공급이 늘어나고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