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8·4 부동산 공급대책’이 여전히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방치 건축물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8·4 부동산 공급대책에 나온 공급 계획 물량인 13만2000가구 중 절반 이상인 7만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기부채납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또 유휴부지 활용안을 둘러싸고 지제차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제대로 실현될 지 의문이기도 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1433-1 일대 신림백화점이 골조만 갖춘 채 공사가 중단돼 장기 방치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 시내 곳곳에 짓다 만 채로 버려진 건물들을 활용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미준공 방치 건축물은 총 322곳이다. 서울에선 관악구 신림백화점 부지가 대표적이다.

신림백화점 부지는 신림역 6번 출구 바로 왼쪽에 있다. 2009년 완공을 목표로 2006년에 첫 삽을 떴지만, 시공사 C&우방의 부도로 공사가 장기 중단됐고 이후 시행사와 분양 계약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바람에 14년 방치된 관악구의 ‘애물단지’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804-18번지)에는 1992년 이웃 주민과의 갈등으로 지하층 골조공사를 완료한 후 공사가 중단되고 30년 가까이 방치된 건물이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566-1번지)에는 1997년 8월에 착공해 공사가 거의 완료됐지만 소유주가 별세하고 상속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2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이 있다. 종로구 명륜동3가(141-1번지)에도 2003년 착공했지만 이후 건축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17년 동안 방치된 건물이 있다.

도봉구 창동 민자역사도 비슷한 사례다.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일대에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8만7025㎡의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2004년 착공했지만 시행사 비리와 시공사 교체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1년 공정률 27%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초엔터프라이즈(지분 67.29%)와 코레일(지분 31.25%) 등이 설립한 창동민자역사 개발 법인 ‘창동역사’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듬해 포기하며 표류했다. 올해 2월 아시아디벨로퍼·부국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새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이런 방치건축물은 시·도지사가 직접 취득해 공사를 재개하거나, 시·도지사가 해당 업무를 타 공사(LH·SH공사 등)에 위탁 또는 대행하면 공공사업이 가능하다. 국토부도 2015년부터 5차례에 걸쳐 방치건축물을 정비하는 선도사업을 선정해 공공임대주택이나 주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우정병원 부지에 주택을 짓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물론 방치건축물의 경우 사유 재산권과 연관돼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공공이 나서기엔 다소 민감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준공 건축물이 수십 년 방치되다 보면 안전 우려가 있고 슬럼화도 우려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업성이 낮아 방치된 곳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건물이 안전 측면에서 공공에 위해를 가할 적도로 구조적 문제가 크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보기 싫다는 이유로 공공이 개입하는 건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작용돼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방치 건축물 중에선 사업성이 떨어져 방치된 곳들이 있어, 인센티브를 주며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별적인 건축물에 대해 인센티브를 준다기보다 방치 건축물 전체를 포괄하는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