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14일 정부가 직접 표준 임대료를 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7월 국회 내 처리를 추진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과도한 규제를 가하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이날 오전 주택임대차보호법·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주된 내용은 표준임대료제를 도입하고,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표준임대료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의 위치·종류·면적·내구연한 등의 기준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적정 임대료를 산정·고시하는 제도다. 표준임대료 자체는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표준공시가처럼 임대료의 기준점으로서 작용해 특정 범위 내에서만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표준임대료제를 도입한 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표준임대료를 바탕으로 분쟁을 중재하는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을 법으로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추진하지는 않으나, 이미 당내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무총장을 맡은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유다. 여당은 이미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기존 주택임대차보호 3법에 더해 두 법안까지 ‘임대차 5법’으로 7월 국회 내 처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집주인들은 더이상 자의적으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인상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가 강화되는 효과다.

부동산 업계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료 통제는 시장 경제에 반하는 조치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임대인들이 관리비나 세금을 임차인에게 대납시키는 또 다른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도한 임대료 상승은 억제할 수 있겠지만, 임대인에게 굉장히 불리한 정책이라 7·10 대책 이후 등장한 ‘조세저항’과 같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윤 연구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월세 전환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는 임대인들이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지만 월세의 경우 임대인들이 월세로 월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만큼, 똑같이 임대료를 규제하면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로 돌릴 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전세 시장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여당이 임대차보호 3법에 더해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규제를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임차인과 임대인이 적이 아닌데 공급자 입장의 의무와 규제만 자꾸 늘어나 정책의 밸런스가 무너진다면, 공급은 더 줄어들어 시장 교란의 리스크(risk)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만약 표준임대료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가격산정 과정과 이의신청 시 피드백(feedback)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공시가격제의 문제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