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 회사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년 전통의 기성복 업체 브룩스 브라더스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1818년 헨리 샌드 브룩스가 설립한 이후 미국 내 240여개 점포를 포함해 시계 17개국에서 약 7억5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다.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같은 역대 미국 대통령 45명 가운데 40명이 브룩스 브라더스의 옷을 즐겨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 때 입었던 코트도 바로 브룩스 브라더스 브랜드였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브랜드 그 자체가 세계 의복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1849년 미국 최초로 기성복 정장(ready-to-wear)을 개발했는데, 그전에는 정장은 무조건 양복점에서 맞춰 입어야 했다. 1896년에는 셔츠 깃(칼라)에 단추가 달린 ‘버튼다운 셔츠’를 개발했다. 캐주얼 스타일로 애용되는 치노 바지(두터운 원단을 이용한 면바지)와 블레이저(정장 상의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재킷)도 브룩스 브러더스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제품들이다.

미국 시카고 중심가 매그니피센트 마일의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자라, H&M 같은 SPA(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정장 대신 면바지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경영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팬데믹발 수요감소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파산보호 신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브룩스 브라더스 대변인은 이날 각 매체에 "이사회와 리더십팀, 금융·법률 자문단들이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해왔다. 검토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우리의 사업에 엄청난 지장과 타격을 초래하게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발표된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5월 전 국민적인 인기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J.Crew)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데 이어 두 달만에 또 다시 대형 의류 브랜드가 몰락했다며 팬데믹 발 의류·유통업계 도미노 붕괴 움직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USA투데이는 전문가를 인용해 "브룩스 브라더스는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군복 대부분을 만들어 공급하며 버텼을 정도로 생명력 있는 회사였지만,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했다"며 "올해 초 코로나가 미국을 휩쓴 뒤 미국 내 236개 매장 가운데 18곳만 여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