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3시 53분, 태양 절반 가리는 부분일식 관측
놓치면 다음 기회는 2030년… 천문연, 페이스북 생중계
태양필터 낀 안경·망원경 필수… 서쪽 시야 트인 곳 최적

지난 2006년 3월 29일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부분일식(왼쪽)과 이번 일식을 일으키는 달 그림자가 지나가는 경로를 표시한 지도(오른쪽). 빨간선상에서는 금환일식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파란 영역에서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오는 21일 오후 달이 태양의 절반을 가리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당일 전국이 맑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우리나라 어디서든 일식을 볼 수 있겠다. 일식은 보통 3년에 한번씩 우리나라에서 관측돼왔지만, 바로 다음 일식은 이례적으로 10년 후인 2030년 6월 1일에 찾아온다. 이번 일식 관측은 앞으로 10년간 없을 ‘우주쇼’라고 할 수 있다.

◇3년에 한번꼴 관측된 국내 일식, 다음번은 이례적으로 10년 기다려야

일식(日蝕)은 지구에서 볼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지구-달-태양이 위치상 일직선으로 늘어선 결과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태양의 대기층(코로나)만 보이는 것을 개기일식, 일부분만 가리는 것을 부분일식이라고 한다.

개기일식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의 크기가 비슷해서 생기는 특별한 현상이다. 태양의 지름(약 140만km)은 달(약 3500km)보다 400배쯤 크다. 대신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태양(약 1억 5000만km)이 달(38만km)보다 400배쯤 멀다. 지구에서 볼 때 둘의 시지름은 약 0.5도로 비슷하기 때문에 달과 태양이 완전히 포개질 수 있는 것이다. 시지름은 관측자에게 보이는 크기를 시야각으로 나타낸 것이다. 화성은 2개의 위성(포보스·데이모스)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의 시지름은 태양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화성-위성-태양이 위치상 일직선를 이뤄도 개기일식을 볼 수 없다.

달이 한달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돌기 때문에 일식도 한달에 한번씩 일어날 것이라는 오해도 있다. 조재일 국립과천과학관 전문관은 20일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면(황도면)과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면(백도면)이 약 5도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일식은 보통 3년에 한번씩만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와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는 5도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때문에 달이 매달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일식은 드물게 일어난다.

일식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식 예측은 천문연 측지연구그룹이 정확한 달력을 만들기 위해 수행하는 역법 계산의 일부분이다. 일식 예측을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지구·달의 위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황도면과 백도면의 불일치, 지구와 달의 공전속도, 타원궤도에 따른 오차, 지구의 자전속도와 자전축 기울기, 지구가 완전한 구가 아닌 살짝 납작한 ‘단구’ 모양을 가져서 생기는 오차 등이 변수로 고려된다.

변수가 많은 탓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일식을 지금 당장 예측할 수는 없다. 천문연은 "다만 통계적으로는 전세계에 1년 6개월마다 일어나고 그중 일부가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되는데, 다음번 관측 가능한 일식이 10년 후라는 건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라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영향권… 서울은 오후 3시 53분 시작, 태양 절반 가려져

달이 태양빛을 가리면 지구 표면에는 본그림자와 주변의 반그림자 등 두 종류의 달 그림자가 생긴다. 본그림자는 태양빛이 완전히 차단돼 생기는 그림자이고, 반그림자는 태양 일부분만 가려져 생기는 옅은 그림자이다.

개기일식과 부분일식은 별도의 현상이 아니다. 하나의 일식이 지구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본그림자가 드리워진 지역에서는 개기일식, 반그림자가 드리워진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관측된다. 반그림자 지역들 중에서도 본그림자 지역에 가까울수록 태양이 가려지는 비율(식분·食分)이 높아진다.

지구 전체로 봤을 때 본그림자의 크기는 도시 몇 개나 작은 나라를 덮을 정도의 ‘점’에 불과하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이 점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가느다란 띠를 그린다. 이 띠에 덮힌 지역에서는 개기일식을, 주변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맨 위 그림 오른쪽).

다만 이번에는 달의 시지름이 태양보다 작아 태양을 100%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개기일식 대신 금반지 모양의 테두리를 남기는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공전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 모양이라서 달의 시지름도 변하는 탓이다.

달의 본그림자·반그림자의 영향에 따른 일식의 종류(왼쪽)와 이번에 일부 국가에서 관측될 금환일식의 모습(오른쪽).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비영리 천문학 전문 사이트 ‘헤븐스 어버브’에 따르면 이번 부분일식을 일으키는 달의 반그림자는 한국시각으로 21일 오후 12시 45분 59초에 아프리카 서부 지역을 덮기 시작한 후 동쪽으로 이동해 오후 6시 34분 0초 서태평양 해상에서 사라진다. 이 중 금환일식을 일으키는 본그림자는 약 3시간 45분 동안 아프리카 중서부의 한 지역에서 처음 나타나 인도 북부, 중국 남부, 대만을 거쳐 서태평양 해상에서 사라진다.

반그림자가 드리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기준으로 오후 3시 53분 4초부터 오후 6시 4분 18초까지 약 2시간 11분 동안 부분일식이 관측된다. 서울에서는 태양이 최대 45%만큼 가려지며 그 시점은 오후 5시 2분 27초이다. 본그림자 띠에 더 가까운 제주도는 57%만큼 가려진다. 관측 가능한 시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1일 서울(왼쪽)과 전국 주요 지역(오른쪽)의 관측 가능한 시간.

◇서쪽 하늘 잘 보이는 곳, 맨눈은 실명 위험… 온라인 생중계도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이 서북서 방향 하늘로 넘어오는 오후에 일식이 일어나는 만큼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서쪽 시야가 트인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는 장소로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직접 관측할 경우 맨눈으로 태양을 바라보면 실명할 위험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태양필터를 장착한 망원경이나 특수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3분 이상 태양을 바라보면 위험하다.

서울 서부공원녹지사업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일식 관측상자’를 만드는 법을 포함한 일식 관측 요령들을 21일 ‘서울의 산과 공원’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에 안내하기로 했다.

천문연은 이번 일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할 예정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오프라인 관측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며 "중소형 크기의 태양 관측용 망원경 및 카메라와 태양필터만 있으면 쉽게 촬영과 생중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과천과학관도 21일 오후 3시 50분부터 6시 10분까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다. 조재일 전문관 등이 시청자에게 해설을 제공하고, 금환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대만 타이페이천문관의 중계 영상도 같이 송출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오후 4시부터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경남 밀양의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를 포함해 오프라인 관측행사를 여는 곳도 있다. 다만 수도권에는 없고 인천 등에서 아마추어천문학회의 관측모임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 14일(왼쪽)과 2030년 6월 1일(오른쪽) 일식 예보. 오는 12월 일식은 남미, 아프리카, 남극 일부 지역에서만 관측될 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달 그림자 아래에 들어가 관측 가능한 바로 다음번 일식은 2030년에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