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우선주 광풍(狂風)이 뜨겁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주식 10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우선주였다. 4~5거래일씩 상한가를 달리다보니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지난 9일, 일양약품 우선주는 11일 각각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10일만에 주가가 6배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우선주는 유통되는 주식이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우선주는 같은 액면가라고 해도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다. 보통주가 갖고 있는 주주총회 의결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선주는 보통주와 배당금이 같아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도 통상 보통주 주가가 먼저 오른 뒤 배당일 근처로 갈수록 우선주 주가가 오르면서 이를 따라잡는 패턴을 보인다.

6월 1일과 비교해 11일 현재 삼성중공우는 522.94%, 일양약품우(007575)는 178.54%, 한화우(000885)는 170.42%, KG동부제철우는 146.19%, 한화솔루션우는 119.09%, 두산퓨얼셀1우는 81.08%, 현대비앤지스틸우는 77.73%가 올랐다.

삼성중공업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지분가치 급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두산퓨얼셀도 수소주 테마로 묶여 상승했다. 일양약품은 코로나 치료제 임상 계획, KG동부제철은 코스피200 편입이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보통주 상승률은 삼성중공업(010140)39.16%, 일양약품(007570)63.49%, 한화(000880)24.26%, KG동부제철 23.73%, 한화솔루션 7.44%, 두산퓨얼셀 64.45%, 현대비앤지스틸(004560)8.78%에 그쳤다. 이 때문에 보통주 시가총액 대비 우선주의 시가총액이 삼성중공업은 0.2%에서 0.9%로 늘었고, 일양약품은 1.5%에서 2.6%로, 현대비앤지스틸은 5.0%에서 8.2%로 늘었다.

이들 우선주는 여름철 중간배당이나 분기배당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또 주가 대비 배당수익인 시가배당률이 코스피 평균보다 눈에 띄게 높지도 않았다. 작년 배당 상황을 보면 KG동부제철, 두산퓨얼셀, 삼성중공업은 아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일양약품과 JW중외제약의 우선주는 시가배당률이 각각 0.84%, 1.26%에 그쳤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의 우선주만 각각 2.68%, 2.06%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우선주도 오른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언택트, 반도체, 금융 순으로 오른 주요 보통주들의 주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우선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 등에 따른 유동성의 힘으로 낙폭 과대주들이 상승하는 순환매 장세에서 우선주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우선주들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주는 발행된 주식의 총량이 적어 시세 변화가 크다. 이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에 시가총액이 작고 저평가된 우선주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기도 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시가총액 200억원 이하인 경우는 특정 재료가 나올 경우 수급 요인에 의한 쏠림 현상으로 보통주 대비 우선주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일부 종목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추종적 거래가 장기화 되면서 비합리적 가격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일 기준 시가총액을 보면 삼성중공우(약 62억6000만원), 한화우(약 115억원), 한화솔루션우(123억6000만원), 일양약품우(약 140억원) 등도 200억원 이하였다.

우선주에 배당 프리미엄이 있다고 해도 보통주 주가와 완전히 떨어져 오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우선주 투자자들은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차, 과거 배당 실적, 전체 유통주식수와 시가총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재윤 연구원은 "순환매 장세 마지막 국면에서는 낙폭이 큰 주식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