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심리지수 6.7P 상승… 코로나 둔화·재난지원금 영향
물가인식·기대인플레 하락…한은 "低유가 등 코로나 우려 잔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한참 낮은 수준이어서 긍정적인 평가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코너.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전월(70.8)보다 6.7포인트(P) 상승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약 7.3P 하락한 96.9를 나타냈다. 3월(78.4), 4월(70.8)에는 하락폭을 더 키워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2003~2019년 중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하며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번달 가계 재정,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모두 개선됐다. 현재생활형편CSI(76)으로 2P 상승했고, 생활형편전망CSI(85)는 6P 올랐다. 가계수입전망CSI(87), 소비지출전망CSI(91)는 각각 전달보다 4P 상승했다. 또 현재경기판단CSI(36)는 5P, 향후경기전망CSI(67)는 8P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됐고, 경제활동이 재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롯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도 소비심리를 밀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치(100)를 한참 밑도는 데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1월(104.2)에 비해 30P 가까이 낮은 수준이어서 긍정적인 평가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값인 10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며 "코로나 확산세 둔화로 주요 지수가 개선되는 모습이나 저유가를 비롯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잔존하는 등 경기 상황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화되면서 취업기회전망CSI(63)도 5P 올랐다. 또 금리수준전망CSI(82)는 5P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추가 하락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늘었다.

가계 저축 및 부채상황에 대한 인식도 전달보다 나아졌다. 현재가계저축CSI(86)는 2P, 가계저축전망CSI(88)는 1P 올랐다. 현재가계부채CSI(102), 가계부채전망CSI(100)은 모두 전월대비 2P 하락했다. 가계부채가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감소했고, 6개월 후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와 국제유가 하락에 물가를 나타내는 심리지표는 일제히 하락했다.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1.7%, 1.6%로 0.1%P씩 하락했다. 물가인식은 2013년 1월(3.4%)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02년 2월(4.4%) 이후 최저다. 물가인식은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