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초선 경제통]

⑤더불어민주당 홍성국 당선자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우연 아닌 필연"
"한국 경제의 구조를 '리폼(개혁)' 해야"
"2~3년 뒤 경제 기반 사라질 수도...규제 완화 필수"
"정부 재정 여력 충분...3차 추경도 가능"
"웬만한 나라 GDP 10% 적자...韓 200조원 투입 가능"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당선자가 2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당선자는 대우증권(現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 시절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동)여의도 미래학자'로 불렸다. 민주당은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필요한 실물경제 최고 전문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민주당 총선용 영입인재인 그는 세종갑에 전략 공천돼 당선됐다. 세종갑은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 행정수도로 구상한 곳이다. 총선 이후 바뀐 김태년 원내대표 체제에서 그는 당 원내부대표와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의제TF 단장을 맡았다. 그런 이력 때문에 홍 당선자는 당 내에서는 이른바 '찬계(이해찬계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정치인)'로 불린다.

지난 15일 만난 홍 당선자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수축사회'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수축사회'는 그가 대우증권 사장을 퇴임한 직후 쓴 책 제목이다. 수축사회란 공급과잉의 시대에서 고령화저성장시대로 전환된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저성장 시대의 사회 경제적 변화로 양극화를 가장 큰 사회적 문제라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배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당선자는 "'수축사회'라는 필연을 코로나19라는 우연이 촉진시켰다"고 했다. 이미 진행형이 었던 수축사회로의 구조적 변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속도만 빨라졌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리폼(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당선자는 지금의 경제 위기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야 하는 전시(戰時) 상황에 준한다"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3년 뒤 우리 경제의 기반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며 개인의 구제와 기업의 회복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ㅡ 국회에서 뵙게 되어 반갑다. 민주당으로 오신 계기가 있나.

"애널리스트란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치 행위인 셈이다. 그런 일을 수십년 전부터 해왔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정치·국제 질서·이데올로기다. 그것들이 모두 뒤섞여있다. '경제 전문가가 왜 국회로 왔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 됐다. '수축 사회'라는 책을 쓴 뒤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강연을 했다. 옛날부터도 자문 역할을 해왔는데,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주당이 파이를 키우고 나누는 방식이 나의 생각과 잘 맞았다. 갈등의 본질적인 원인은 양극화다.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싶었다."

ㅡ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경제 위기도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멈췄다. 옛날에는 구멍난 타이어만 갈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에서 내려보니 차가 아예 분해가 돼버렸다. 부품만 2만개인데,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다. 고개를 돌려 밖을 보니 눈보라가 치는 어두운 밤이다. 차 안에서 달릴 때는 몰랐는데 말이다. 이미 세상은 '수축 사회'로 변화하며 어두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금융, 특정 산업 등 국소 부위만 '외과적 수술'을 통해 손보면 경제는 다시 잘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회복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당사자가 77억명 지구인 모두다. 지금은 이 모두를 릴리프(Relief·구제)해야 하는 때다. 굶어 죽을 수 있으니 모두 생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시급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 다음 단계는 리커버리(Recovery·회복)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채권을 보증하는 등의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폼이다. 왜 차가 분해됐는지, 눈보라를 뚫고 갈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차를 기상여건에 맞춰 재조립해야 한다. 필요하면 부품도 전면 교체해야 한다.

이게 뉴딜 정책의 키워드인 '3R(Relief·Recovery·Reform)'이다. 동시에 상호 연결돼 체계적으로 진행이 돼야 한다."

ㅡ 이 위기 속 홍 당선자의 역할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개혁이다. 구제·구호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제일 잘 한다. 리커버리도 마찬가지다. 개혁은 정치가 하는 것이다. 아직 그 단계까지 진도가 나가지는 못했지만 내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경제를 개혁할 지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ㅡ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헤겔이 '필연은 우연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했다. 수축 사회라는 필연은 코로나19라는 우연이 촉진시킨 것 뿐이다. 경제 구조는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다.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 중 1인당 GDP가 3만불 이상은 곳은 한국 뿐이다. 또 출산율 감소에 따른 고령화 속도가 이렇게 빠른 곳도 한국 뿐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시대적 과제로 (한국형 뉴딜은) 꼭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다. 올해 봄 미세먼지, 황사가 심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만든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다시 정상화가 되면 (미세먼지, 황사가) 또 올텐데 그걸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큰 틀을 만들고 선제적으로 투자를 해야한다. 거대한 의제다."

ㅡ 뉴딜 정책이 기업 규제 완화에 집중돼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해야 하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가 언제 끝날 지 모른다. 내년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다 2~3년 뒤에 우리 경제의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써서라도 (기업들을) 살려야 한다. 일정 부분 기업 관련 규제는 풀어야 한다. 국가 간에도 그런 경쟁들이 벌어질 것이다."

ㅡ 자본시장에 오래 몸담았는데,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은.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둘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CVC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인데, 아주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뉴딜 정책은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완성은 민간이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들어올 수 있게끔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대기업들이 벤처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 영역은 벤처투자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에디슨처럼 혼자 연구해서 발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기계장비, 인력, 돈이 필요하다. 벤처기업 혼자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대우증권에 있을 때 셀트리온과 함께 벤처펀드를 만들었다. 신성장동력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의 자본력과 벤처기업의 신기술·아이디어가 결합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ㅡ홍 당선자는 '노동 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평소 주장한 것으로 안다. 코로나로 '일자리 지키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며 노동 시장이 구조적 변화기에 진입했다. 소재·산업재·IT(정보기술)·자동차 산업이 주력인 한국은 이미 노동 시장 유연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얘기다. 지금은 구제가 필요하다. 생존이 먼저다. 노동 시장 유연화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은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로) 3000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일었다. 지금은 기업과 사회와 종업원, 종업원주의 연대 측면에서 생각을 해야지, 노동시장 유연화 도입을 논할 타이밍이 아니다."

ㅡ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선언했는데 진척은 더뎌보인다.

"어떤 제도를 도입해서 정상화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정책이 던져졌을 때 사회가 동시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정책이 숙성되는 기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한국 사회는 크게 보면 IMF 이후 사회안전망을 차차 강화해왔다. 보수 정부건, 진보 정부건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방향성은 같았다. 이번 기회에 속도를 더 내야한다."

ㅡ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고 있다. 문제는 없을까.

"한국이 돈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2%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는 70% 수준이다. 보통 90%를 임계치로 보고 있다. 3차 추경까지 할만큼 충분한 여력이 있다. 그리고 웬만한 나라들은 매년 GDP의 10%의 적자를 낸다. 우리나라의 GDP가 2000조원에 달하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중 10%인 200조원은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발행 국채의 이자로 지불하는 금액이 GDP 대비 몇 퍼센트일지 계산해보면 과거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돈(재정)을 더 써도 된다. 재정 지출에 대한 논의는 이미 끝났다. 자꾸 재정건전성을 문제 삼는데 설득력이 없다. 국민들도 공감을 안한다."

ㅡ '원격 의료'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예전부터 원격 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거스를 수 없는 당연한 시대, 역사의 흐름이다. 사회적 갈등의 유발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논의를 미룬 탓에 천천히 변화돼왔는데, 이번 기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ㅡ 정치외교학으로 학사를 받았다.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많이 배우지는 못했다. 당시 데모가 많아 교수들이 정치학 강좌를 많이 열지 않았다. 국제 정치를 위주로 배웠고, 경제학을 부전공했다. 정치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정치는 세상의 변화를 만든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정치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ㅡ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보는 이해찬 대표는.

"이 대표는 의지력이 굉장히 강한 분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느꼈다. 또 정당을 조직화, 시스템화하는 기반을 만든 분이다. 예측 가능한 정치 스케줄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이 대표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분들이 왜 많은 지 알겠더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대표를 존경하고 따르는 듯하다."

ㅡ 21대 국회에서 당직을 맡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아직은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할 지를 파악하는 단계다. 회의를 하면 앉아서 잘 듣다 온다(웃음). 선배님들이 어떻게 하는 지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책임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