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최악의 경우 -1.6%, 최선은 1.1%
코로나 장기화되면 제조업도 고용 타격"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2%로 하향 조정했다. 직전 전망치는 2.3%였다. 여타 국내 연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 국제기구 등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제시한 것과 대조된다.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제상황을 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KDI는 20일 ‘2020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는 2020년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되며 0.2% 성장하고, 2021년 3.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0.2%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가, 하반기에 0.5%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철(오른쪽) KDI 경제전망실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던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KDI는 민간 소비 성장률이 올해 -2%로 역성장하고, 내년에는 5.3%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0.9% 증가할 것으로, 내년에는 7.9%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토목 부문이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1.4% 증가, 내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올해 -3.4%를 기록한 후 내년 4.9%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KDI는 내다보고 있다. 수입도 마찬가지로 올해 -3.8%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7.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594억달러 흑자로, 상품 수지는 778억달러 흑자로 내다봤다. 금액 기준으로 수출은 전년 대비 15.9% 감소한 4725억 달러로, 수입은 18.6% 줄어든 3947억달러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는 0.4%로 작년과 같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경기와 유가가 완만하게 회복하면서 0.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3.9%로, 작년(3.8%)보다 0.1%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 계산 변수인 취업자 수의 경우,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 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다만 KDI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장기화돼 글로벌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면,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악화되고 투자 수익률이 하락해 글로벌 투자가 급격히 위축돼 제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고용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연관 서비스업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고도 KDI는 분석했다.

KDI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KDI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0.2%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세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둔화되면서 경제 활동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는 전제 하에 내놓은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0.2% 성장률 전망치는 플러스, 마이너스 성장이 모두 가능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숫자라고 판단해서 나온 것"이라면서 "(0.2%라는 전망치가)높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올해(0.2%)와 내년(3.9%) 성장률의 평균으로 보면 2년간 2%로 잠재성장률(2.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전세계적으로 둔화하고, 내년에는 경제활동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될 때의 성장률 전망으로 1.1%를 제시했다. 반대로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올해 말까지도 경제 활동이 제한될 경우에는 성장률을 -1.6%으로 내다봤다.

KDI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낼지, 0%대로 낼지는 경제계 안팎의 관심사였다. 대개 KDI가 내는 전망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진단을 담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가 6월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에 담긴다.

KDI의 전망치는 최근 국내 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 국제기구 등이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낙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앞서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0.5%)로 전망했다. KDI와 금융연구원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차이는 0.7%P(포인트)다.

IMF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금융연구원보다도 비관적인 -1.2%였다.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무디스는 -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0.6%, 피치는 -1.2%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와 수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KDI가 내놓은 이번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한 전제가 상반기 중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인데,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