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예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주로 찾는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고가 아파트가 고점 대비 수억원씩 집값이 하락한 것과 대조가 된다.

서울 강남에서 바라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염창역 인근 염창현대3차 전용 60㎡는 지난 3월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대비 1억원이나 뛴 최고가 가격이다. 이 단지와 가까운 염창현대1차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 3월 7억15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염창동 일대 아파트들은 올 들어 소폭의 조정도 없이 집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당산역 인근 양평6차현대 전용 84㎡도 지난 3월 8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마포역 인근 도화현대홈타운 전용 59㎡도 지난달 8억5000만원에 최고가로 팔렸다. 신도림역 인근 신도림태영타운 전용 59㎡는 지난달 7억8000만원, 왕십리역 인근 마장삼성래미안 전용 60㎡는 지난 3월 7억4000만원에 각각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주로 예비 신혼부부 등이 관심을 갖는 대중교통 여건 좋은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상위 20% 초고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3~4월 하락했지만, 9억원 이하 구간에선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매매가는 18억1304만원에서 18억794만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2분위는 6억2939만원에서 6억3477만원 △3분위는 8억405만원에서 8억955만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7주 연속 하락세인데, 하락장 속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인 것이다.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가 지난달 고점 대비 4억원 가량 내린 19억1000만원,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19㎡도 지난달 고점 대비 4억원 가량 내린 21억9000만원에 팔린 것 등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정반대다.

이유로는 대출 규제가 덜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사는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된다.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0%만 적용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부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전에도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대출 규제가 덜해 수요자 관심 속에서 전고점을 계속 경신해왔다"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하락세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고가 단지가 견인하고 있어, 통계는 꽤 내렸지만 개별 단지 가격은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단지들은 당분간 강보합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의 거래 가액별 비중을 살펴보면, 9억원 초과 거래 비율이 줄고 6억원 이하 거래의 비율이 늘었다"면서 "거래가 위축된 와중에 중저가 아파트는 타격을 덜 받았고 일부 오르는 패턴도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출 규제가 덜해 실수요가 있고, 가격상승 피로도가 강남보단 덜하다는 점 등으로 강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