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만들고, 전시장을 따로 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더 민감한 데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전기차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IT(정보기술) 기기와 비슷하게 ‘힙(새롭고 개성이 강한 형태의 멋짐)’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전기차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15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처음 문을 연 순수 전기차 전용 전시장.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이 지난 15일(현지시각)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순수 전기차 ‘ID.3’ 출시에 발맞춰 독일 드레스덴에 전용 전시장을 개관한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6월 17일 예약판매가 시작되는 ID.3를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인 ‘ID.’ 시리즈와 관련 전동화 이동수단이 전시된다.

홀거 산텔 폴크스바겐 승용차 부문 판매마케팅부문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인구에 매장을 설치해 폴크스바겐의 전동화 모빌리티(e-모빌리티)를 알리려고 한다"며 "새로운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브랜딩을 기존 폴크스바겐과 구별해서 따로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폴크스바겐은 "ID.3를 비롯한 전기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은 이 밖에도 고성능 모델인 ‘R’ 트림을 앞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위르겐 스탁만 폴크스바겐 세일즈·마케팅 총괄 임원은 "미래에 R 모델은 전기차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2년 전부터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이 최근 공개한 고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투아렉 R’은 하이브리드차로 나왔다. 고성능차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내놓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볼보는 지난해 10월 고성능 친환경차 브랜드 폴스타제 차량을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중국 베이징과 노르웨이 오슬로에 각각 ‘스페이스’라고 이름을 붙인 폴스타 전용 전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볼보는 지난해 10월 고성능 친환경차 브랜드 폴스타를 내놓으면서 중국 베이징과 노르웨이 오슬로에 ‘스페이스(공간)’라는 명칭의 전시장을 설치했다. 지난해 첫 모델로 내놓은 ‘폴스타1’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이고, 올해 출시 예정인 ‘폴스타2’는 순수 전기차다. 폴스타2는 중형 세단으로 전기차 선도 회사인 테슬라의 ‘모델3’에 대응되는 모델이다. 조나단 굿맨 폴스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디자인, 기구장치, 마감 모두 최고의 차"라며 "테슬라 모델 3의 맞수가 될 것"이라고 말햇다. 폴스타2는 볼보 그룹을 통틀어 첫 순수 전기차이기도 하다. 폴스타는 볼보와 별개로 고급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electrek)은 "전기차 제품에 ‘힙’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입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장 정보회사 에드먼드닷컴의 제레미 아세베도 연구원은 "테슬라 모델3 등이 전기차 시장의 기준이 되면서 다른 업체들도 비슷하게 고급차 이미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차 이미지를 확보하는 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판매 단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전기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행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