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넥스트VR 1억달러에 인수 완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 모어 씽' 기대
2022년 AR 헤드셋·2023년 AR 글래스 출시 관측

애플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혼합현실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혼합현실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넥스트VR 1억달러에 인수 완료… "혼합현실 야망"

1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VR 전문 스타트업 ‘넥스트VR(NextVR)’ 인수 계약을 완료했다. 애플은 공식 인수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인수가를 1억달러(약 1230억원)로 추정한다.

넥스트VR 홈페이지 첫 화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본사를 둔 넥스트VR 역시 이번 주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훌륭한 VR 플랫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파트너, 팬들께 감사한다"고 밝히고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넥스트VR은 페이스북 오큘러스를 비롯해 HTC, 소니, 레노버 등 다양한 업체들이 제작한 VR 헤드셋(머리에 착용하는 기기)에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 NBA, 폭스 스포츠 등과 제휴해 경기를 VR 콘텐츠로 중계하고, CNN 같은 뉴스 채널, 엔터테인먼트 업체들과도 협업해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LA에서 VR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을 운영 중인 이승준 대표는 "넥스트VR 입장에선 추정 인수금액이 누적 투자 유치금액(1억1550만달러, 약 1420억원)보다 적어 아쉬울 수 있다"며 "하지만 VR 산업 전체로 보면 애플이라는 큰 업체가 (본격적으로 VR 업계에) 들어온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넥스트VR 인수는 애플이 VR/AR 기술에 대한 야망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신호(signal)"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6년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를 비롯해 메타이오(Metaio) 등 관련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해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 모어 씽' 나올까

업계에선 애플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AR/VR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VR/AR 등 혼합현실 경험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이른바 ‘원 모어 씽(혁신 제품)’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넥스트VR이 만든 ‘NBA 수퍼차지드(Supercharged)’ 콘텐츠. NBA 선수들의 실제 플레이 영상에 AR 효과를 더했다. 시청 시점을 360도로 바꿔가며 감상할 수 있다.

팀 쿡 (Tim Cook) CEO가 애플의 방향키를 잡은 후 수익은 개선됐지만, 깜짝 신제품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등 대규모 애플 행사에서 발표를 마치기 직전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이라고 외친 후 깜짝 신제품을 발표해 현장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을 열광케 하곤 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AR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제작을 완료했다. IT 업계에선 애플이 오는 2022년 AR 헤드셋을 출시하고 2023년에 AR 글래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산업을 재편했다"며 "AR을 ‘넥스트 빅 씽(차세대 대형 제품)’ 중 하나로 보고 지속해서 관련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