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을 감사 중인 담당 국장을 최근 교체한 것과 관련, 지지부진한 감사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문책성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원전 감사를 맡고 있던 이준재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산업·금융감사국장으로 발령냈다. 이 자리에는 유병호 심의실장이 새로 부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실·국장 회의를 열어 "(감사원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라며 "성역 없는 감사는 공직 사회에서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 제기조차 금기시되는, 감사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영역에 대한 감사"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번 인사는 월성 원전 감사의 법정 기한이 지난 2월 말을 지나 4·15 총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논란을 빚은 직후 이뤄졌다. 해당 국장은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례적인 인사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이날 "원장인 내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성역에 도전하지 않은 감사원 조직에 우회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에 의해 진행됐다.

국회법에 따라 감사원은 한 차례 기간 연장을 포함해 최대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기한을 2개월 넘기도록 통보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달 9일·10일·13일 3차례에 걸쳐 감사보고서를 감사위원회에 올려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야권은 "감사원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해 감사 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