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기업 1000개에 접촉 "노동법·세금 고칠테니 와라"

인도가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공급망 탈(脫) 중국화' 정책이 자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미국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줘 자국으로 유치하려 적극 나서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지난달 해외 공관을 통해 1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에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식품 가공업체, 섬유 가죽,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우선적으로 연락했다. 접촉한 업체에는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이자 인도에 사무소가 있는 메드트로닉스, 애벗 래버러토리가 포함됐다.

인도 정부는 이들 기업에게 공장을 인도로 이전하면 중국에 비해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더 들 수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가 확보돼 있고 숙련된 노동력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걸림돌이 되는 노동법 개정과 올해 도입하기로 한 디지털 거래세 연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는 확약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인도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에게 인도의 조세와 노동법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을 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도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로이터는 3일 미국 연방정부가 중국에 직접 진출해있거나 중국에서 위탁생산을 하는 미국 회사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탈(脫) 중국화를 위해 협력할 동맹 국가로 한국, 일본, 베트남 등과 함께 언급한 나라 중 하나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권은 신종 코로나로 8주 간 전국을 봉쇄하며 무려 1억220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자국 경제에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14년 총리로 취임한 뒤 글로벌 기업의 제조공장을 인도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기업에 불리한 조세 제도와 인프라가 걸림돌이었다.

시카고대의 폴 스타닐랜드 부교수는 "인도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와 힘겨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인프라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