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적자 전망… "코로나 여파 본격화"

올해 1분기 경상수지가 136억달러를 기록해 2012년 1분기 이후 흑자를 유지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해 상품수지가 7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지만, 서비스·본원소득수지가 이를 상쇄했다. 국가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됐고,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에 배당지급이 줄었다. 다만 4월 경상수지는 코로나19가 미국·유럽 등으로 본격 확산된 영향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136억1000만달러로 전년(121억9000만달러)대비 14억2000만달러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2012년 1분기 이후 32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한 것이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수입과 지급의 차이를 나타낸 지표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 접안한 대형 선박들이 수출 화물들을 싣고 있다.

1분기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품수지는 153억4000만달러로 2013년 1분기(137억4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소 수준이었다. 세계교역량이 둔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부진해진 탓이다. 또 중국과 국내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승용차와 석유화학, 철강재 등의 수출도 줄었다. 1분기 수출은 1315억1000만달러로 4.5% 감소했다. 수입의 경우 주요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이 줄어 1.7% 감소한 116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52억8000만달러로 1년전(-71억8000만달러)에 비해 19억달러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규모(-21억7000만달러)가 지난해에 비해 3억8000만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세계 각국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출국자 수가 1분기 370만명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52.9% 감소한 규모다. 입국자 수도 204만명으로 46.9% 줄었지만 출국자 수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여행수지가 개선됐다.

운송수지 적자가 3억8000만달러 줄어든 것도 서비스수지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수입물동량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원자재 운임 단가가 하락하면서 운송지급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에는 특허권 사용료에 대한 기저효과로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 적자도 2억8000만달러 축소됐다.

배당, 이자 등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1분기 흑자 규모가 38억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3억4000만달러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일회성 직접투자배당지급이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에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배당지급이 감소한 영향이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1분기 138억2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2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23억7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8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183억5000만달러)대비 축소됐다. 해외주식투자는 해외투자펀드,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해외채권투자에서 기관투자가 등을 중심으로 감소 전환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26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된 반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공공자금 유입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했다.

한편 한은은 4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에서 확산돼 수출에서 그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통관기준)는 9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건 99개월 만이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에 중계무역·가공무역 등 해외생산이 포함돼 통상적으로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나지만, 4월에는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적자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전지역에 대한 수출이 감소로 돌아서면서 코로나 19 영향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